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 -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일상 속 행동심리학
댄 애리얼리 지음, 윌리엄 해펠리 그림,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전화위복. 화(禍)가 바뀌어 복이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던가. 댄 애리얼리는 18세에 사고로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3년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는 날마다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고 온몸에 퍼져 있는 화상 자국 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활동력이 강한 10대 소년에게는 끔찍한 나날이었다. 그는 고통에 굴복하는 대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병상에서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고, 퇴원하고 나서도 자신의 삶과 학문을 연결하려 애썼다. 그 결과 인간의 비합리성을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로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었다. 이 경우엔 화(火)가 복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왜 양말은 한 짝만 없어질까?>는 댄 애리얼리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재한 칼럼의 일부를 엮은 것이다. '왜 세탁실에 갈 때마다 양말을 잃어버리는 걸까?', '왜 나는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릴 때마다 마이클 조던이 되는가?' 같은 사소한 질문부터 '변화를 택할 것인가, 안정을 택할 것인가', '동거할 것인가, 결혼할 것인가' 같은 심각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성의 있게 그리고 재치 있게 답한다. 


양말이 항상 한 짝만 없어지는 이유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것을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짝이 있는 양말은 일부러 기억할 필요가 없다. 짝이 없는 양말은 다른 한 짝을 찾기 위해서든 버리기 위해서든 일부러 기억하게 되고, 기억하다 보면 양말이 항상 한 짝만 없어진다는 생각으로 고착된다.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릴 때마다 마이클 조던이 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슛이 성공하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슛이 실패했을 때의 우울한 기분이 더 오래가고, 이 때문에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릴 때마다 재차 슛을 시도하게 된다. 


변화와 안정 중에 무엇을 택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우리는 이사를 가거나 결혼을 하거나 직장을 옮기는 것을 결정으로 생각하지만,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독신으로 살거나 현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을 결정으로 여기지 않거나 적어도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과 같은 정도의 결정으로 여기지는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결정에 비해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려는 결정을 아주 다르게 평가하는, 이른바 '현상 유지 편향'이다. 


현상 유지 편향을 고려할 때 안정을 택하는 것은 변화를 택하는 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다. 반대로 말하면 변화를 택하는 것은 안정을 택하는 것만큼의 무게가 있는 선택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안정을 너무 쉽고 편한 선택으로 비하할 필요도 없다. 무엇을 택하든 삶은 마땅히 흘러가야 할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고, 그 방향에 화가 있든 복이 있든 영원한 화도 없고 영원한 복도 없다는 걸 저자는 이미 아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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