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편의 아름다움 - 스물아홉 번의 탱고로 쓴 허구의 에세이
앤 카슨 지음, 민승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에는 몇 가지 위험들이 있다. 사랑은 그중 하나다." 캐나다 출신 작가 앤 카슨의 <남편의 아름다움>에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남자와 결혼한 여자가 나온다.
여자는 열다섯 살에 남자를 만나 첫눈에 반했고 그를 반려자로 맞이한다. 이미 한 여자의 눈을 멀게 한 남자를 다른 여자들이 가만둘 리 없다. 남자는 숱한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며 결혼생활을 등한시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원망하면서도 놓아주지 못한다. 그녀 곁을 떠났다가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여자는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접하게 되면 그것이 우선하게 될 것임을".
남편이 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책을 읽는 내내 수많은 미남 배우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내가 만약 그들의 아내이고 그들이 나를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면 나는 과연 그들을 용서할까. 남자의 얼굴만 보고 사랑에 빠질 나이는 이미 지났고, 나 아닌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남자를 이해해줄 만큼 속이 없지도 않으니 용서는 가당치 않다.
작품 속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남편의 '아름다움'은 단지 그의 용모가 지닌 매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보낸 시간과 사랑했던 추억을 포함한다. 여자는 남편의 아름다운 용모를 볼 때마다 그를 사랑했던 시간과 그의 사랑을 받았던 과거의 자신을 추억한다. 그의 아름다움을 몰랐다면 지금 느끼는 괴로움도 없겠지만 그를 알고 환희를 느끼고 사랑에 푹 빠져 있었던 시간도 없었을 터. 그를 모르고 고통 없는 삶보다 그를 알고 고통스러운 삶이 더 낫다고 여기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작가는 존 키츠의 시에서 영감을 받고 탱고에 비유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존 키츠의 시도, 탱고도 몰라서 그러려니 할 뿐이다. 운문 형식의 산문, 산문처럼 읽히는 운문이라는 점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빨강의 자서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