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드의 영역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오전 10시 20분. 강변 둔치에서 여성의 오른팔이 발견된다. 수사 1과 가미다이 신이치 경부는 현장에 투입되어 수사를 진행한다. 한편 현장 근처의 빵집에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이 여성의 팔 모양을 한 바게트를 만드는 소동이 벌어진다. 팔 바게트는 입소문을 타게 되고 급기야 방송에 소개되며 빵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아르바이트생이 계속 일해주었으면 하는 빵집 주인의 바람과는 달리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그만두고, 빵집 단골이자 팔 바게트를 처음 발견한 유이노 미대 교수의 거동이 이상해진다. 


고마쓰 사쿄, 호시 신이치와 함께 'SF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일본의 대표 SF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신작 <모나드의 영역>은 종잡을 수 없는 소설이다. 첫 부분만 보면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다. 여성의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노련해 보이는 형사가 등장하고, 사건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사건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범인을 잡으면서 이야기가 결론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야기는 팔 바게트를 만들었던 아르바이트생이 자취를 감추고 유이노 미대 교수의 거동이 이상해지면서 생각지도 못 했던 방향으로 튼다. 유이노 미대 교수는 자신을 '신 이상의 존재'라고 주장하며 예언 비슷한 발언을 반복하는데 그 발언이 줄줄이 적중한다. 처음에는 교수를 무시하고 비웃던 사람들도 점차 교수의 주장을 믿게 되고 교수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급기야 교수는 언론과의 대형 인터뷰에 응하고, 스스로를 'GOD'로 칭하며 종교, 정치, 사회, 역사 등 여러 문제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이쯤 되면 SF 소설이 아니라 거대한 풍자 내지는 담론이다. 


쓰쓰이 야스타카가 쓴 다른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새롭고 신선했다(유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안 읽었다. 영화, 만화, 드라마로도 안 봤다). 올해로 84세(1934년생)인 작가가 이 정도로 기발하고 독창적인 소설을 썼다는 것이 놀랍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50년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과학, 철학, 종교, 예술, 사회 등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잃지 않고 이 소설에 녹여냈다는 것이 또한 놀랍다.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나의 최고 걸작이며 아마도 마지막 장편일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과연 그런지,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나서 판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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