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Orange
토키우미 유이 지음, 강동욱 옮김, 타카노 이치고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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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년 뒤의 미래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왜냐하면, 고등학교 2학년인 너에게 부탁이 있어서야."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첫날, 타카미야 나호에게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10년 뒤의 나호 자신. 미래의 나호는 현재의 나호에게 오늘 전학 오는 나루세 카케루라는 남학생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다. 때마침 교실 앞문이 열리고 담임선생님 뒤로 날렵한 몸매의 남학생이 따라 들어온다. 전학생의 이름은 나루세 카케루. 편지에 나온 '예언'이 이루어졌다. 


편지에 나온 또 다른 예언대로 나호는 카케루를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안타까움도 커진다. 편지에 따르면 카케루는 2학년 겨울에 사고로 죽어 10년 뒤에는 이 세상에 없다. "네가 나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편지에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 그때 네가 선택해 주었으면 하는 길을 적어 둘게." 나호는 미래의 자신이 편지에 일러둔 내용을 참고해가며 카케루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나호는 카케루를 잃는 '실수'를 피하고 카케루를 지킬 수 있을까. 


타카노 이치고의 인기 만화가 원작인 소설 <오렌지>에는 '시간 이동'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한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 또는 미래로 이동하는 이야기는 일본 대중문화에서 흔하다. 얼마 전 한국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한국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현실에서 바꿀 수 없는 문제를 시간 이동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시간 이동'이 흔한 소재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오렌지>에 공감한 건 주인공 나호가 평범한 여고생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호는 용기가 없었고 솔직하지 못 했다.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카케루의 마음을 신경 쓰지 못 했다. 카케루를 좋아하고 걱정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 했다. 그 결과 카케루는 나호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현재의 나호는 여전히 용기가 없고 솔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미래의 나호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카케루가 슬퍼 보이면 언제든지 도와주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전한다.


친구한테 먼저 말을 걸까 말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같이 밥 먹자고 할까 말까. 좋아한다고 고백할까 말까. 당장은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작은 선택이 쌓이고 쌓이면 인연이 달라지고 인생이 바뀐다. 용기를 내기가 힘들어서,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서, 잘못된 선택을 한 죄로 사랑하는 사람을 영영 잃어버린 나호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 과거에 내린 선택을 돌릴 수 없다. 이는 오히려 이 소설을 더욱 환상적이고 애잔하게 만든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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