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보다 음악 - 아이의 감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엄마의 선택
김연수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이 음악 교육입니다. 뭘 가르치려고 의도하지 마세요. 아이는 이미 성장하고 있습니다. (17쪽)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4학년 때부터는 바이올린을 같이 배웠고, 이듬해부터는 피아노를 그만두고 바이올린만 배웠다. 피아노 4년, 바이올린 3년을 레슨받고 중학교 때는 교내 오케스트라 활동도 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모두 손도 대지 않았다. 지금은 악보도 볼 줄 모르고 잘 다루는 악기 하나 없다. 


아이들이 몇 년 씩 악기를 배워도 간단한 악보조차 읽지 못하고, 레슨을 그만두면 악기에 손도 대지 않게 되는 이유는 뭘까?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김연수는 책 <악기보다 음악>을 통해 대한민국의 악기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아이와 부모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음악 교육법을 제시한다. 


많은 아이들이 열 살 이전에 피아노나 다른 고전 악기를 하나 이상 배우지만, 이 중에 본인이 원해서, 왜 배워야 하는지 알고 배우는 아이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부모의 강요나 기대로 인해 억지로 악기를 배우고, 부모들 또한 "다들 하니까", "미리 배워두지 않으면 음악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수행평가가 내신에 들어가니까",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영어, 수학 공부하느라 바쁘니까 미리 해두자"라는 안일한 생각 내지는 욕심으로 아이를 닦달한다. 


악기 교육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AIR)은 따로 있다. 첫째는 나이(Age)다.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다. 아이가 한글을 읽을 수 있는가, 10 이하의 수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가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하고,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등 악기를 무리 없이 다룰 수 있도록 신체 발달이 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는 악기(Instrument)다. 아이가 원하는 악기가 아닌 엄마가 원하는 악기를 시키면 아이는 금방 흥미를 잃고 연습을 게을리하게 된다. 셋째는 책임감(Responsibility)이다. 처음엔 흥미를 보이던 아이도 악보가 어려워지고 실력 향상이 더디면 흥미를 잃고 지치기 마련이다.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할 때 아이가 원하는 악기를 배워야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힘들어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AIR을 갖추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악기 교육에 들어가기 앞서 가정에서 충분한 청음 훈련과 즉흥 연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음악을 많이 듣고 악기를 직접 만져보고 자유롭게 연주해 보는 과정을 거치면 레슨을 받을 때 훨씬 이해도가 높고 연주 실력이 빠르게 성장한다. 부모가 자녀의 악기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조기 교육을 시키고 높은 학력의 스승을 모셔오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자주 음악을 들려주고 다양한 악기에 노출시키고 아이 스스로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느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원해서 배웠다. 내가 원해서 배우는 악기가 아니니 즐거울 리 없었다. 어머니가 연습하라고 채근할 때, 친구들은 노는데 나만 혼자 레슨을 받으러 가야 할 때마다 악기 배우기가 싫고 어머니가 미웠다. 지금은 그때 '그만 배우고 싶다'라고 말 못한 내가 원망스럽다. 단호하게 말 한 마디라도 했다면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처럼 악기 배우는 데 무관심하고 음악과 소원해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레슨비도 굳고). 악기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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