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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평점 :
누구라도 붙잡고 읽어보길 권하고 싶어지는 책을 읽은 게 얼마 만일까. 최정화의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을 읽는 내내 아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알리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이야기의 시작은 사소하다. 가사도우미 면접을 보러 온 여자를 보며 안주인 자리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여자(<구두>), 해변에서 딸애랑 신나게 놀아줄 준비가 다 되었는데 튜브를 안 가져와서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 남자(<팜비치>), 잘나 보였던 남편이 틀니를 하게 되자 점점 무시하는 여자(<틀니>), 인테리어 소품으로 산 책이 하필이면 하이데거의 책인 바람에 졸지에 철학 공부를 하게 된 여자(<파란 책>) 등 평범한 일상 속에서 뜻밖의 작은 균열을 발견하고 마음에 동요를 느끼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 탓에 자신의 생각 속으로만 침잠하지 겉으로 내색은 못한다.
'지극히 내성적인' 인물의 압권은 소설집 제목의 모티브가 된 작품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에 나오는 미옥이다. 시골에 사는 미옥은 소설가 오난영에게 여름 한철 동안 집을 제공하게 된다. 처음에는 밥상에 마주 앉아 대화 없이 식사를 할 만큼 낯을 가렸지만, 점차 말을 섞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미옥은 난영에게 큰 애정을 느낀다. 난영이 쓴 원고를 읽고 평을 해줄 만큼 가까워진 두 사람이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섬뜩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겉보기엔 평범하고 온순한 사람의 내면에 저런 욕망과 충동이 있다는 것이 섬뜩하고, 딴에는 '복수'라고 하는 것이 그래봤자 '지극히 내성적인' 방식인 것이 우습다. 이럴 땐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한국 소설, 그중에서도 신인 작가의 소설은 잘 알지도 못하고 읽지도 않는데, 올해 읽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와 최정화의 <지극히 내성적인>은 둘 다 좋았다. 그러고 보니 <쇼코의 미소>는 김연수 작가님이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추천하셔서 읽었고, <지극히 내성적인>은 김연수 작가님이 얼마 전 소설리스트 연말 기념행사에서 올해의 데뷔작 후보로 언급하셔서 읽었다. 역시 소설은 소설가가 잘 본다(약은 약사에게 소설은 소설가에게). 지난달에 나온 최정화의 장편소설 <없는 사람>은 <지극히 내성적인>과 달리 무거운 내용일 듯한데 의외로 잘 읽힌다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