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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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손님. 이쪽으로 오십쇼. 헤헤헤, 조급한 마음이야 알지만, 그렇게 허둥대면 안 됩니다요. 그쪽은 돌아가는 길입니다. 예에? 이곳을 한 바퀴 돌아보고 싶으시다고...... 예이, 그러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구경하시라고 하고 싶지만 비슷비슷한 방이 줄줄이 있어서 헷갈리기 쉽습니다요. 방을 잘못 찾았다가는 다른 손님의...... 이거 참, 이렇게 과분한 행하를 주시다니 송구합니다요. 헤헤헤, 그러면 감사히 받고 안내를 해 드립죠. (133쪽) 


2007년 제137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유곽 안내서>는 에도 시대에 존재했던 대규모의 유곽 '요시와라'가 배경이다. 유곽이 배경인 이야기가 흔한 가운데 이 소설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구성'이다. 소설은 은퇴한 유녀, 침소 시중꾼, 유곽 주인, 게이샤, 거상 등 유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시와라가 어떤 곳인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며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하나씩 하나씩 정보가 제공되는 가운데 이야기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야기의 정체란,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오이란(요시와라 유곽의 유녀 중에서 등급이 높은 유녀를 가리키는 말) '가쓰라기'가 유녀 생활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에치고의 상인의 낙적 약속까지 받은 상태에서 돌연 사라진 사건을 가리킨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서 아무도 입을 함부로 열지 않지만 누구나 할 말은 있다.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말속에 숨겨진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면서, 독자는 가쓰라기가 이곳에 흘러들어온 배경과 바람처럼 사라지게 된 경위를 저절로 알게 된다. 


요시와라, 그중에서도 요시와라의 꽃으로 불리는 오이란을 다룬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안노 모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니나가와 미카의 영화 <사쿠란>이 떠오르고, 얼마 전에 읽은 <청루 오페라>라는 만화도 떠오른다. 이런 흔해빠진 이야기를 일반적인 소설의 형식으로 서술했다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소설 자체로도 재미있고, 제목 그대로 '유곽 안내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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