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왓칭 수업
김상운 지음 / 움직이는서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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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너지'이기 때문에 모든 생각마다 고유의 주파수가 있습니다. 내 마음속에 상처를 주고받는 생각이 도사리고 있으면 실제로 상처를 주고받게 돼요. 내가 품은 생각과 같은 주파수의 생각을 품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겁니다. (57쪽) 


"'살기' 위해 일하는 직장에서 '영혼이 죽어가도록' 방치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직장. <직장인을 위한 왓칭 수업>의 저자 김상운은 직장에서 자신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방법으로 '왓칭'을 소개한다. 


저자도 한때는 직장 생활이 버겁고 힘든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MBC에서 30년 넘게 기자, 뉴스 앵커로 일하면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도 여러 번 입었다. 그러다 아인슈타인을 통해 양자물리학을 접하게 되었고,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기초로 한 '왓칭'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다 깊은 명상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의 '이중 슬릿 실험'에 따르면, 고체인 미립자를 자동발사기로 발사한 경우 미립자는 직선으로 날아가 두 슬릿을 통과하고 그 뒤에 있는 벽면에 부딪혀 알갱이 자국을 남긴다. 그런데 관찰자를 배제할 경우 자동발사기로 발사된 미립자는 물결 형태로 퍼지고 벽면에 알갱이 자국이 아닌 물결 자국을 남긴다(자세한 실험 내용을 알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observer effect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관찰자의 존재에 따라 미립자의 운동이 바뀌는 것처럼, 우리의 현실도 마음속의 생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에너지의 흐름이며, 인간의 생각 또한 에너지의 산물이므로 생각을 바꾸면 인간을 둘러싼 에너지의 흐름도 바뀐다고 보았다. 왓칭은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해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남의 비난을 단지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바라보면 나는 피해자가 됩니다. 반면 생각을 바꾸어 남의 비난 속에서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진실의 알갱이들을 찾아내겠다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성장이 이루어지지요.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현실이 바뀝니다. 이 불변의 진실이 바로 '왓칭'입니다. (44쪽)


왓칭은 간단하다. 저자는 퇴근 후 밤마다 1시간씩 집 근처의 학교 운동장을 걸으며 자신의 내면을 깊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진다. 천천히 걸으면서 눈의 초점을 완전히 풀고 눈 근육의 긴장도 풀어준다. 눈은 사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앞에 보이는 넓은 공감을 멍하게 바라본다. 그런 식으로 얼굴과 목, 손, 팔, 어깨, 등, 가슴, 배, 다리, 발 근육의 긴장을 천천히 차례로 풀어준다. 


이렇게 온몸의 긴장을 풀어놓은 채 걸으면 몸에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모세혈관을 따라 바깥의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간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우면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저자는 일부러 점심을 혼자 먹고 식사 후 30분 동안 회사 주변을 산책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왓칭을 수행한다. 


직장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왓칭의 기술도 있다. 저자는 취재원들을 만날 때 "오시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았습니까?", "오늘 날씨가 꽤 덥지 않아요?" 같은 질문으로 말문을 열어 'Yes'가 나오는 대화를 유도한다. 상대의 질문에도 'No'가 아닌 'Yes'로 답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상대가 "커피 드실래요?"라고 물으면 "전 커피는 안 마셔요." 라고 단호하게 거부하지 않고 "커피도 좋지만 그냥 물은 더 좋습니다." 라고 돌려 말한다. 


직장 상사에게 인정을 못 받거나 동료, 후배와의 경쟁에서 지면 화가 나고 우울한 것이 당연하다. 이럴 때는 분노, 증오, 절망 같은 감정을 마음속에 가두지 말고 왓칭을 통해 몸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이 좋다. 직장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공간이다 보니 사소한 문제에도 우리 몸의 생존을 책임지는 뇌세포 덩어리인 아미그달라(편도체)가 작용하고 더 큰 분노, 증오, 절망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면 섣부른 행동이나 결정을 막을 수 있다. 


상처를 건드리면 너무나 아프지요. 하지만 건드리지 않으면 치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상처를 건드리면 '내게 치유의 기회가 왔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동시에 내 마음속을 들여다봐야 해요. 그럼 마음의 공간이 열리고 그 공간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바라보게 되지요. (253쪽) 


책의 내용에 대체로 수긍이 가지만, 현직 언론인인 저자가 조직에서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질 때 왓칭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을 하라고 제안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다른 직업인도 아니고 언론인이라면 왓칭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누구보다 먼저 문제 제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요즘 시국을 보면서 느껴지는 분노와 좌절감을 왓칭으로 다스릴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저자는 어떨까. 이 점이 궁금하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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