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오리지널 박스판 6~11 세트 - 전6권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된 것을 보면 마음이 애잔해지는 이유는 뭘까. 얼마 전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H2>를 읽고 한동안 마음이 애잔했다. 틈만 나면 히로와 히카리를 떠올렸고, 네 사람의 엇갈린 사랑을 생각했다. 겨우 1권부터 5권까지 읽었을 뿐인데도. 


며칠 동안 잠을 쫓아가며 11권까지 읽었다. 중학교 시절 같은 야구부에서 활약한 히로와 히데오. 히데오는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야구 명문 메이와에 입학해 단숨에 4번 타자가 되지만, 팔꿈치 부상을 입어 선수 생활이 힘들다는 말을 들은 히데오는 야구부가 없는 센카와 고교에 진학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히로는 센카와 고교에 야구부를 만든다. 이제 막 야구부를 만들어 실력을 쌓기 시작한 히로와 명문 야구부의 강타자로서 탄탄대로를 밟는 히데오. 두 사람은 과연 염원하던 고시엔에서 맞대결을 할 수 있을까. 


히로와 히데오의 맞대결이 가까워지는 만큼 히로와 히데오, 히카리와 하루카, 네 사람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네 사람의 관계에서 중심은 히로와 히카리다. 어린 시절부터 남매처럼 가깝게 지낸 히로와 히카리. 히로는 중학생이 되자마자 히카리를 야구부 친구인 히데오에게 소개하고, 미남미녀인 히데오와 히카리는 바로 연인 사이가 된다. 뒤늦게 키가 크고 성에 눈을 뜬 히로는 그제야 히카리를 여자로 느끼고 좋아하게 되지만, 그동안 남매처럼 지낸 히카리와의 관계를 바꿀 자신도, 절친인 히데오의 애인을 빼앗을 용기도 없다. 그렇다고 애써 품은 연정을 버릴 수도 없는 상황. 히로와 히카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히로와 히카리가 어떻게 되는지 결말을 알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자로서 히로보다 히데오에게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일까. 나는 히로와 히카리, 히데오의 삼각관계가 흔한 남녀 관계로 보이지 않았다. 성장이 유난히 느렸던 히로에게 히데오와 히카리는 유사 부모와 같은 존재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빌리자면, 히데오는 닮고 싶고 뛰어넘고 싶은 아버지, 히카리는 아버지를 제치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어머니 같은 존재인 것이다(친한 친구의 애인을 빼앗는 사람의 심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발현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히카리가 히로와 히데오 사이에서 헷갈리는 것도, 히데오는 처음부터 여자 대 남자로서 만났지만, 히로는 여자 대 남자로 만나지 않고 남매처럼 대하다가 나중에야 여자 대 남자의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즉, 성장에 따라 히로와 히카리의 관계가 바뀌었을 뿐, 히카리에게 있어 히데오와 히로의 지위가 달라질 일은 아니었다. 히카리가 히로와 다 자란 상태에서 만났더라도 히로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아니, 애초에 히카리는 히로를 남자로서 좋아한 적이 있긴 했을까. 


이야기가 더 진행되어야 알겠지만, 히데오가 없었다면, 히데오를 이기면 히카리가 자신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히로의 믿음은 지나친 것 같다. 흘러간 유행가의 제목을 빌리자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히로는 몰랐다. 결과적으로 지나친 믿음이 히로를 성장시키고 훌륭한 야구인으로 만들었지만 '사랑 아닌' 사랑의 상처가 과연 잘 아물는지. 오래전에 나온 이 만화가 내 마음을 계속 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