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심장 여행 - 생명의 엔진, 심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매력적인 여행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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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창밖으로부터 들어오던 소음도 잔잔해지고 귀에 들리는 소리라곤 시계의 초침이 똑딱거리는 소리와 왼쪽 가슴에 있는 심장이 열심히 펌프질하는 소리뿐일 때가 있다. 온몸에 힘이 없고 의식마저 몽롱할 때도 심장은 어쩜 그리 힘이 넘칠까. 크기는 고작 손바닥만 한데 매일 8500리터의 혈액을 펌프질해 15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혈관에 공급하고 평생 30억 번 이상을 뛴다지? 이렇게 원기 넘치는 녀석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내 몸 안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독일의 심장 전공 의학도 요하네스 폰 보르스텔이 쓴 <매력적인 심장 여행>은 원기 넘치는 심장의 비밀을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를 대중 앞에서 10분간 자유롭게 발표하는 과학대회인 '사이언스 슬램'에 참가해 지역 대회만 35회 우승하고 독일 대표로 선발된 이력의 소유자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심장의 형성 과정과 구조, 기능은 물론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동맥경화,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 흡연, 음주와 심장 건강의 상관관계, 운동, 섭식, 수면, 섹스 등 일상생활에서 심장을 건강하게 돌보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 심장이 건강한 일반인도 읽어볼 만하다. 

나는 의학 책을 썩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 이 책은 비교적 수월하게 읽었다. 심장의 일생을 5막으로 구성된 연극에 비유하니 알기 쉬웠고, '발가락에서 심장으로 가야 하는 피는 어떻게 1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오르막 구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을까?', '심장은 1분에 5~6리터의 피를 쉼 없이 펌프질하는데, 도대체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얻는 걸까?' 등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법한 심장에 관한 궁금증에 답변하는 형식이라 재미있다. 

참고로 발가락에서 심장으로 가야 하는 피가 130센티미터 정도 되는 오르막 구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는 건 정맥 판막이 피가 역류하는 걸 막기 때문이고, 심장이 1분에 5~6리터의 피를 쉼 없이 펌프질하는 건 좌심실을 떠난 혈류가 대동맥판막과 관상동맥을 지나 다시 심장조직에 피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자급자족한다. 여기에 열다섯 살 때 동네 응급 외과에 부탁해 심장 전문의가 되는 첫 단추를 끼운 일, 응급병동에서 일하며 겪은 일 등 저자가 직접 겪은 에피소드가 더해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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