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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맛을 더하고 글맛을 깨우는 우리말 어원 이야기
조항범 지음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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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단어의 어원과 유래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말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릴 때부터 배웠고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온 탓에 자주 쓰는 단어라도 언제부터 어떻게 지금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게 될 기회가 많지 않다.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항범 교수의 <우리말 어원 이야기>에는 개구리, 건달, 고뿔, 곱창, 김치, 누나, 담배, 대머리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만 유래는 잘 모르는 우리말의 어원을 사전 형식으로 설명한다. 이를테면 '건달'은 수미산 남쪽 금강굴에 살면서 하늘나라의 음악을 책임진 신을 일컫는 범어(고대 인도어) 'Gandharva(간다르바)'에서 온 말이다. 이 말은 고려 시대까지 큰 사찰의 각종 의례에 동원되는 악사 집단을 가리키다가 조선 시대에 들어와 불교 탄압이 시작되고 일자리를 잃은 악사 집단이 방랑을 하며 재주를 팔아 먹고 살게 되면서 오늘날의 '건달'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 밖에 '곱창'의 '곱'과 '눈곱'의 '곱'이 똑같이 '동물의 지방, 기름'을 일컫는다는 것, '꼬마'와 '첩(妾)'이 같은 부류라는 것 등이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이 중에 특히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말의 어원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다. 불과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누나'는 손위의 여자 동기뿐 아니라 손아래의 여자 동기까지 아울러 지시하는 말로 쓰였다. '오빠' 역시 손위, 손아래를 가리지 않고 남자 동기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여성이 손위의 여자 동기를 부르는 말로 사용하는 '언니'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성의 손윗 사람을 부르는 말로 폭넓게 적용됐다. 1946년 윤석중 선생이 작사한 졸업식 노래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가 그 증거다. 조상들은 손아랫사람에 대해서도 누나와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는 뭘까.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지 않았던 언니라는 호칭이 여성에만 적용되도록 바뀐 이유는 뭘까. 우리말의 어원을 추적하는 일이 웬만한 추리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한 것 같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