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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친구한테 연락이 오면 반가운 한편 불안하다. 처음엔 내가 보고 싶다느니, 연락 좀 하고 지내자느니 하면서 살갑게 굴지만 본론으로 들어가면 결혼한다(그러니까 축의금 내라), 살기가 팍팍하다(그러니까 보험 들어라, 카드 하나 해라) 같은, 좀처럼 편하게 들어줄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순수하게 언제 보자는 말만 남기면 고마울 정도다.
영국 작가 루스 웨어의 첫 소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의 주인공 노라도 어느 날 반갑지만은 않은 연락을 받는다. 연락의 내용은 십 대 시절 노라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클레어가 곧 결혼을 하니 싱글 파티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노라는 클레어가 오랜만에 소식을 전한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불편하다. 불미스러운 일로 헤어진 이후 십 년도 넘게 연락하지 않았던 클레어가 이제 와 자신을 찾는 이유가 뭘까 싶다. 결국 노라는 싱글 파티가 열리는 별장으로 향한다. 한편, 소설의 한 축에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있다. 기억나는 것은 깊고 깊은 숲 속을 사력을 다해 달렸던 것. 온몸이 상처투성인 것만이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할 뿐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이 여자는 누구이며 그녀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연락이 끊긴 친구한테 갑자기 연락이 와서 싱글 파티에 가게 된 것만으로도 황당한데 하필이면 싱글 파티가 전파도 안 터지는 깊은 산속에서 열린다. 그뿐인가. 공통점이라고는 클레어를 아는 사람이라는 것뿐인 사람들과 며칠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내가 노라와 같은 처지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턱턱 막힌다. 나라면 이런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노라는 옛정을 생각해 친구 결혼 축하해준다고 먼 길을 간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황당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설상가상으로 같이 지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상하다. 급기야는 노라가 숨겨왔던 과거가 모두의 앞에서 까발려지고 힘들게 봉합했던 상처까지 벌어진다. 그리고 시작된 악몽 같은 시간. 기억나는 것이라곤 깊고 깊은 숲 속을 달렸던 것뿐인 여자의 이야기까지 겹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즐겁고 유쾌해야 할 싱글 파티가 끔찍한 악몽과도 같이 변하는 반전이며, 현실에서 고대로 따간 듯한 인물 설정까지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소설이다. 리즈 위더스푼이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말이 있던데 그녀가 소설 속 긴장감을 어떻게 재현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