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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본심 - 솔직히 까놓고 말하는
나흐 왁스만.맷 사르트웰 엮음, 전혜영.최제니 옮김 / 허밍버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텔레비전을 잘 안 봐서 요즘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인지 잘 모르지만 먹방, 쿡방이 대세라는 건 안다.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나 미식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백종원, 최현석, 샘 킴 같은 셰프들이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린다는 건 안다. 이른바 '셰프테이너(Cheftainer)'의 시대라는 건데, 사실 한국의 셰프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 서양에선 일찍이 제이미 올리버, 고든 램지 같은 셰프들이 화제가 된 지 오래고, 일본은 8,90년대부터 공중파 프라임 타임에 요리 프로그램을 방영했으니.
<셰프의 본심>은 고든 램지,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페란 아드리아 등 세계적인 스타 셰프 120여 명의 말을 모은 일종의 어록집, 명언집이다. 120여 명이나 되는 셰프 중에 내가 잘 아는 건 고든 램지. 몇 년 전 <헬's 키친>이라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다. 몇 분이 멀다 하고 참가자들에게 욕에 가까운 독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셰프란 얼마나 거칠고 험한 직업인가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 책에 나오는 말들 중에도 독설에 가까울 만큼 솔직한 말이 종종 있다. "손님들은 한 시간 안에 3단계 코스 요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젠장! 내가 모자에서 토끼라도 짠-하고 꺼내기를 바라나? 난 마법사가 아니라고요!"(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이런 손님들 꼭 있다. 주방은 바빠 죽겠는데 밖으로 나와 주길 바라는 인간들."(빌 텔레팬), "울부짖는 어린 양을 도살하여 45파운드의 양고기를 얻었다면 살 한 점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지어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욕을 먹어도 쌀지어다."(크리스 코센티노).
솔직히 까놓고 하는 말 중에는 깊이 있는 말도 많이 있다. 대체로 후배 셰프들이나 셰프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이 그렇다. "자기와 맞지 않는 길을 억지로 따랐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스스로를 잘못된 길로 이끌 뿐 아니라 훌륭한 식당과 셰프들을 망가트린다."(페드로 수비하나), "셰프란, 독창적인 요리를 하기 전에 기본기부터 다져야 한다. 기본기를 다지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요리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기본기를 연마하여 조금씩 그 요리에 변화를 주다 보면 어느새 완벽한 셰프로 변모하게 된다."(알렉스 아탈라), "간단한 요리라고 쉽게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고된 노동과 실력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정당한 결과물이다."(톰 콜리키오), "혹시라도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라면 가이드북에 이름을 올릴 생각으로 덤비지 마라. 고객을 위한다는 말도 절대 사절! 오직 자신을 위해 하라."(닐 페리).
어록집이라서 읽을 분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음식에 조예가 깊고 셰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줄 한 줄이 귀하고 셰프들의 말을 곱씹는 데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셰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TV에 나오는 셰프들의 근사하게 포장된 모습 말고 진짜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