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셔터 걸 3
켄이치 키리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대단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소설이나 만화에 나올 법한 드라마틱한 나날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학생 때는 더욱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학교생활은 자극적이다. 구준표처럼 재벌 2세 남자애가 동급생인가 하면, 아이돌스타가 학교에 널려 있다. 소설이나 만화에 나오는 학교생활은 환상에 가깝다. 같은 반 친구가 알고 보면 외계인이라든가, 교사를 죽여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든가... 별일이 다 벌어진다. 


도쿄 주변의 숨은 명소와 촬영 장소를 찾아 정겨운 풍경을 필름에 담는 여고생의 일상을 그린 만화 <도쿄 셔터 걸> 3편이 나왔다. 지난 2편에서 다카라즈카 합숙을 거쳐 전국 고등학교 사진 선수권 대회(사진 고시엔) 초전 돌파까지 멋지게 해낸 시바하마 고교 사진부의 유메지 아유미는, 이번 3편에서 사진부 대표 3인 중 한 사람으로 선발되어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결선에 참가한다. 

이 만화는 청순한 외모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데도 그 흔한 러브스토리가 없다. 고등학교가 배경인 데도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사회문제가 나오지도 않는다. 취미도 특기도 사진뿐인 학생들이 모여서 같이 사진을 찍고 그 과정에서 뭔가를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이 유일한 줄거리다. 자극적인 영화와 드라마, 소설과 만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밋밋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갈등도 반전도 없는 이야기를 뭣하러 읽나 싶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만화야말로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사진부가 아닌 교지편집부 활동을 했다. 내신에도 입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같은 부원이던 선후배, 친구들과 계속 만나지도 않지만, 팍팍한 고교 시절에 그렇게라도 숨 트일 공간이 있었던 걸 다행으로 여긴다. 아유미가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팍팍한 현실을 위로해주고 극복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책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연예인이든 아이돌이든... 그게 뭘까 생각해보게 해주는 만화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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