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하렘 1
유메키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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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과연 내 취향에 맞을까 싶었다. 일부다처제만 해도 경악스러운데 하렘물이라니. 그런데 읽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인공 미셰는 왕족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자르바라 왕국의 제3왕자 카르무의 눈에 띄어 서른 번째 아내가 된다. 서른 번째 아내라는 것도 기가 막힌데 왕자가 아내로 대접해주기는커녕 제멋대로 군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미셰는 왕자가 가진 좋은 점들을 알게 되고 그의 마음에 드는 아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렘이라는 곳이 여자를 성적 도구로 여기고 억압하고 착취하는 곳인 줄만 알았는데, 이 만화의 왕자에 따르면 라이벌을 물리치고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여자들을 모은 일종의 '참모 집단'이다. 미셰도 왕자의 진위를 알고부터는 왕자가 왕위를 이어받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하렘이라는 공간이 미셰에게는 자기실현의 공간이랄까. 


하렘을 여성의 자기실현 공간으로 보다니. 이는 하렘에 대한 지나친 미화일지도 모르고 만화적 상상력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과거에 왕족 남성이나 귀족 남성의 마음에 들어 그들을 이용해 자기실현을 하고자 한 여자는 매우 많았다. 미셰는 과연 하렘에서 어떤 여자로 성장할까. 그저 왕자의 마음에 드는 아내로 그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에 실린 유메키 미츠루의 다른 만화 <나의 여우신>도 인상적이었다. 여우신을 모시는 이나리 신사를 다룬 만화로 <이나리 콩콩 사랑의 첫걸음>도 있는데, 일본엔 여우신을 사랑하는 여성들이 많은 걸까? 인간이 자력으로 이루기 힘든 소원을 들어주는 여우신과 절대권력을 지닌 왕자가 닮은 듯도 해 작가의 취향이 엿보인다.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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