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 인생이 빛나는 곤마리 정리법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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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 <타임>지가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한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 그녀의 새 책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108가지 물건별 정리법을 알려주는 구체적인 지침서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등을 읽고 정리의 필요성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책 제목이나 내용에 적힌 말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처럼 평소에 자주 보거나 접하는 말은 그와 비슷한 성질의 기운을 끌어들인다. 다시 말해 책장에 꽂혀 있는 책에 맞춰 사람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적인 나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을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남길 책을 골라내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흐름이 180도 바뀔 수 있다. (p.96)
 
 저자가 쓴 책을 모두 읽고, 저자가 출연한 일본 방송 프로그램까지 모조리 챙겨본 팬으로서 이 책에 나오는 정리법은 다소 싱겁다. 저자가 책이나 방송에서 수없이 설명하고 강조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쓴 것에 지나지 않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버리기가 끝나기 전에는 수납을 시작하지 마라. 정리는 '의류-책-서류-소품-추억의 물건' 순으로 하라. 지금까지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은 영원히 쓸 일이 없다 등등 익숙한 가르침들. 그만큼 저자의 정리법이 허점 없이 잘 정립되어 있기도 하다. 

 정리법은 차라리 쉽다. 설레는 것을 찾는 게 어렵다. 정리에 앞서 머릿속에 이상적인 생활상을 그리라고 하는데 이상적인 생활이 뭔지 모르겠다. 옷도 책도 소품도 설레는 것만 남기라는데 내가 무엇에 설레는지 모르겠다. 옷만 해도 꽃무늬 원피스도 파스텔톤 니트도 보면 다 예쁘지만 마음이 설레는 정도는 아니다. 책은 더 그렇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남이 좋다고 해서, 베스트셀러라서 등등의 이유로 사는 책은 많아도 설레서 오랫동안 간직하고픈 책을 만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음이 설레는 걸 찾으려면 많이 보고 발품도 팔아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내가 무엇에 설레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정리의 '마법'이다. 눈으로 보고 현혹되어 사는 물건들. 머리로 생각하건대 언젠가 쓸 것 같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 그런 물건들 때문에 정작 내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은 소홀히 하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물건과의 만남을 놓치기 쉽다. 사람도 남들 눈에 좋아 보이고 쓸모 있어 보이는 사람만 사귀면 마음이 끌리는 사람은 영영 만나지 못한다. 인생도 그렇다. 겉보기에 좋고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는 일 때문에 정작 지금 당장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못한다.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이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건 마음의 소리를 듣는 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물건을 정리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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