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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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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9년 도쿄에 있는 대형서점 준쿠도의 직원 우다 도모코는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 새로 생기는 지점에 가겠다고 자원했다. 우다는 오키나와 출신도 아니고 오키나와에 좋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키나와에 관한 추억도 로망도 없었다. 떨떠름해하는 상사에게 일단 2년만 가있기로 약속하고 떠났다. 앞으로 오키나와에서 무슨 일을 벌이게 될지 상상도 못한 채.
우다는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날부터 살 곳을 정하고 개점 준비를 하고 오키나와 특유의 출판 및 유통 환경에 적응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2년이 금방 흘렀다. 도쿄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오키나와에 남을 것인가. 선택의 순간이 왔다. 우다는 오키나와에 남기로 정했다. 그러고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그 해 11월 11일 헌책방의 주인이 되었다. 헌책방의 이름은 '시장의 헌책방 울랄라'. 일본 오키나와 현 나하 시에 있는, 일본에서 가장 좁은 헌책방이다.
여유롭고 평온하기로 유명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한다고 장사도 여유롭고 평온하게 하는 건 아니다. 헌책방 주인이 된 그 순간부터 하루하루가 우다에게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계산대를 놓을 공간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 책을 어떻게 진열할까. 어떤 책을 들여놔야 찾아온 손님이 실망하지 않고 한 권이라도 사서 돌아갈까. 손님들이 찾을 만한 헌책은 어디서 매입할까. 매일같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답을 찾아야 할 것들이 샘솟는다.
다행히 우다에게는 든든한 지원자들이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우다가 헌책방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우다를 지지하는 사람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우다처럼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헌책방 주인들, 오키나와 출신 작가들, 출판인들, 시장 상인들, 손님들, 예전 동료들, 심지어는 얼굴도 모르는 팬까지. '울랄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곤 주인인 우다 한 사람뿐이지만, 우다는 어쩌면 대형 서점이라는 거대 조직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일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오키나와에 처음 갔을 때 우다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그 나이에 놀 거리 즐길 거리도 많고 만날 사람도 일할 곳도 많은 대도시를 뒤로하고 연고지도 아니고 지인 하나 없는 섬으로 떠나다니. 심지어 2년 후엔 직장마저 그만두고 헌책방 주인이 되다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결정이다. 예전 지인들이 뜯어말린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 눈에 우다는 남들이 좋다는 직장에 다니고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 남들은 끽해야 휴가 때 며칠 머물다 가는 게 전부인 오키나와에서 일 년 365일 밤낮을 만끽하고, 책 읽는 사람 보기가 점점 귀해지는 시대에 헌 책이라도 좋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니 매일매일이 얼마나 행복할까. 살고 싶은 곳에 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사회 물 좀 먹은 어른이라면 잘 알 터. 사람 많은 서울에 살며 코딱지만 한 월급 받겠다고 일하는 내 처지가 가엾다. 나의 '울랄라'는 과연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