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11월 일본 교토에 다녀왔다. 교토 여행을 준비하면서 교토에 관한 책을 제법 많이 읽고 여행 정보 프로그램은 물론 블로거,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까지 열심히 찾아 봤다. 그 중 가장 유익하고 도움이 되었던 것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 3권과 4권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사의 시대 구분을 따라 1권은 고대 문화가 남아있는 규슈, 2권은 아스카와 나라 시대의 유적이 있는 아스카, 나라, 3권과 4권은 헤이안 시대 이전부터 에도 시대 이후의 문화 유산이 숨쉬는 교토를 다룬다. 3권과 4권, 총 2권에 걸쳐 다루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교토는 일본사의 진수이자 일본미의 꽃이다. 일본 역사상 1천 년 넘게 수도로 기능했으며, 도쿄로 수도가 바뀐 지금도 해마다 국내외 연 8백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도시다. 그런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상세하게, 그러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4 교토의 명소>는 3권에 이어 가마쿠라 시대부터 무로마치 시대, 전국 시대, 에도 시대의 문화 유적과 그밖에 저자인 유홍준 선생이 교토에 가면 즐겨 찾는 명소에 관한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가마쿠라 시대를 대표하는 교토의 문화 유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텐류지가 있고, 무로마치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으로는 금각사(킨카쿠지)와 은각사(긴카쿠지)가 있다. 이 밖에도 많지만 지난 교토 여행 때 가본 곳 위주로 정리한 까닭에 이 정도밖에는 독서노트에 남아 있지 않다. 이들 유적은 고대를 지나 중국과의 관계도 끊고 국풍을 통해 자국 문화를 형성한 시기 이후의 것들이기 때문에 3권에 소개된 유적들과 달리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보다는 중국과도 구별되고 우리나라와도 구별되는 일본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많아 일본 문화라고 하면 중국과 한국의 아류로 비하하는 사람들이 놀랄 만하고, 사무라이의 영향을 받아 무(武)를 숭상하고 문(文)과 예술은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새로워할 만하다.
책 소개는 이쯤 하고, 아무래도 이 사진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리뷰에 한 번은 언급하고 싶어 소개한다.
3권 158쪽에 나오는 이 사진은 8세기 간무 천황이 당시 수도였던 나라를 떠나 교토에 헤이안쿄라는 새 수도를 건설했을 때의 모습을 예상해서 그린 전도다. 헤이안쿄는 동, 서, 북쪽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남쪽이 들판인, 풍수로 봤을 때 이상적인 도읍지였다. 간무 천황은 남북 5.3킬로미터의 남북대로와 동서 4.5킬로미터 되는 동서대로를 닦았다. 동서대로는 북쪽부터 남쪽 끝까지 1조에서 9조로 나누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전해지는 이치(1)조, 니(2)조, 산(3)조, 시(4)조 같은 지명에 남아 있다(교토 여행 당시 숙소가 니조조 근처였는데, 니조조는 2조에 있는 성이라는 뜻이다). 남북대로는 황궁에서 도성의 남대문인 나성문을 잇는 주작대로를 두어 동쪽을 좌경, 서쪽을 우경이라 했다. (3권 pp.157-9 참조) 왕을 모시는 궁궐에서 출발해 남대문에 이르는 주작대로를 낸 도시의 모습.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간무 천황이 교토에 헤이안쿄를 건설할 당시 모델로 삼은 것은 동양적 도시 계획의 원형인 중국의 장안이다. 천도 당시 주작대로를 중심으로 우경을 장안, 좌경을 낙양으로 칭하기도 했다. 중국의 장안을 모델로 건설된 도시는 교토만이 아니다. 일본의 나라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경주와 한양, 즉 오늘날의 서울도 그렇다(한양의 경우,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남대문을 연결하는 오늘날의 세종로가 주작대로였다). 교토라는 낯선 나라의 옛 수도의 전도를 보고 내 나라,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향기를 느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말인 즉슨, 경주에 가고 서울에 가고 교토에 가고 나라에 갈 때 우리는 그 도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계획한 사람들이 꿈꾸었던 장안이라는 도시도 보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이 도시를 매개로 이어지는 것이다. 저자 유홍준 선생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시작에 부쳐 한국사와 일본사가 외따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역사 전체 속에서 인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장안을 모방한 헤이안쿄와 한양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놀라울 뿐더러, 일본미의 정수로 불리는 교토와 한국을 대표하는 수도인 서울이 모두 중국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 또한 놀랍다. 과연 장안은 어떤 모습일까. 장안에 가보고 싶고 중국어와 중국사도 배우고 싶다(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배움이 깊어지기도 전에 넓어지려고만 하니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