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책 - 12가지 테마로 읽는 5000년 문명 중국
쑤수양 지음, 심규호 옮김 / 민음사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세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도 중국을 수사하는 말은 한정적이다. 13억 대국, 국내총생산 순위 2위,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라는 정도?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도 중국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니 부끄럽다. 해서 읽게 된 책이 <중국책>이다.


  <중국책>은 2007년 '나라의 뛰어난 예술가' 칭호를 받은 바 있는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쑤수양의 저서다. 중국 본토에서 출간된 후 지금까지 무려 1500만 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으며, 오늘날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의 요청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1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중국책>이라는 과감한 제목에 걸맞게 이 책은 문명, 역사, 철학, 예술, 경제, 생활 등 12개의 다양한 테마를 통해 중국을 소개한다. 한국과도 관련이 있는 역사는 물론, 한국인에게는 낯선 중국 신화와 문명의 기원, 한자를 비롯한 발명품, 철학, 생활, 경제, 예술 등 다양한 테마를 포괄적으로 다루어 책 한 권으로 중국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중국학 개론 수업을 들은 듯하달까.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1920년 중국에서의 순회강연에서 중국인의 생활방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중국인은 특유의 생활 방식을 창안해서 오랜 세월 실천해 왔습니다. 만약 우리 유럽인이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이러한 생활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전 세계가 행복해질 것입니다. 우리의 생활 방식은 투쟁과 개척 그리고 끊임없는 변혁을 요구하므로 만족을 모르고 결국 파괴에 이르게 됩니다. 파괴를 낳는 효율성은 절멸로 이어질 것입니다." (p.181)


  책에는 단순히 중국이란 나라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중국의 역사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중국의 문명이나 풍속 중에 무엇을 지키고 버릴지에 관한 내용도 자주 나온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뒤늦게 서구화와 자본주의를 경험한 중국이 미국과 견줄 정도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태도로 보인다. 80년대에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을 무렵 자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재인식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을 이제는 중국이 반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을 인용하며 중국의 문명과 역사 중에는 서양인도 부러워할 만한 자랑스러운 것이 많다, 그러니 지킬 것은 지켜가자는 논지의 주장을 여러 번 제시한다. 이를테면 투쟁과 개척, 변혁 위주의 서양의 생활 방식과 달리 조화와 질서를 중시하는 중국의 생활 방식이 낫다는 것이나, 서양의 가족 관계가 일종의 계약 관계와 비슷한 것과 달리 중국은 혈연뿐 아니라 유교 사상과 인간으로서의 정과 의리로 묶여 있어 좋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어떤 대목은 지나치게 자문화중심적인 면모가 보이기도 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경제적 성과 위주로만 서술하고 문화대혁명이나 천안문 사태 같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자국의 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국제 경제상의 이유 -를 대지 않고 '중국의 전통문화에 내재한 대의(大義), 대인(大仁) 정신을 발양한 것'이라고 평한 것은 어리둥절했다.  

  

  중국 문명에는 찬란한 역사와 더불어 어두운 과거가 존재한다. 이는 어떤 민족 문명이든 외부 세계와 교류하면서 다른 문명의 정수를 흡수하고 소화해 자기 문명의 유기적 성분으로 융합시켜야만 한다는 진리를 보여 준다. 그래야만 하나의 문명은 갱신을 거듭해 세계 문명의 일부로 우뚝 설 수 있는 것이다. (p.305)  


  저자는 중국이 외부의 문명을 어떻게 수용하고 융합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풀어놓았지만, 내가 보기에 중국은 인류 문명에 있어 이미 많은 공을 세웠으며, 저자가 "중국에서 거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라고 한 말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한자, 제지술, 인쇄술, 화약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18세기 이후 서양에 패권을 빼앗기긴 했어도 다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중국의 발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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