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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미식수업 - 먹는다는 건,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에는 먹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어디 갈 때마다 일부러 맛집을 찾아 가기도 하고 한두 시간 줄 서서 먹기도 했지만, 요즘은 맛집을 알게 되어도 부러 찾아가볼 생각도 들지 않고 몇 십분이라도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망설이게 된다. 겨우 한 끼 먹는 것 때문에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아깝기도 하고 전전긍긍하는 게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같이 가는 동생이 맛집을 워낙 좋아해서 일단 몇 군데 알아두긴 했지만, 여차하면 내 고집으로 안 갈 생각이다. 발길 따라 가다보면 나오는 식당이 의외로 좋을 수도 있고, 그 날 컨디션에 따라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혼자서 식사를 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 먹는 행위가 무엇인지 탐구하고 알아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수업을 해보지 않으면 '먹는 것'에 대해 알 수 없음은 물론이고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을 것입니다" (p.23)
<나 홀로 미식 수업>의 저자인 일본의 문필가 후쿠다 가즈야도 맛집에 구애받지 않는다. 줄 서서 먹는 것도 싫어한다. 심지어는 혼자서 먹는 밥이야말로 진정한 식사라고 설명한다. 동행도 없고 식사를 하면서 볼 TV나 책도 없는 식당에서 오롯이 음식과 대면해 맛을 음미하는 식사를 해 본 적이 있던가. 혼자서 밥을 먹은 적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대체로 TV나 책, 요즘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먹기 때문에 식사에만 백 퍼센트 집중해본 적은 없다.
혼자서 식사를 할 때도 이러니 다른 사람과 함께일 때는 더 심하다. 일단 식당 선택부터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주장을 고려해야 하고, 메뉴를 고를 때는 (직장에서는) 빨리 되는 음식, (모임에서는)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 (남이 사주는 경우)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고르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렇게 있는 눈치 없는 눈치 다 보다 보면 뭘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간식이나 야식을 폭식하는 사태 발생......! 이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생기는 허기 때문이 아니라, 밥 먹을 때마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
"먹는 일, 식(食)에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먹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삶에 대한 자세를 알 수 있고,
삶에서 무엇을 얻으려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즉 구속과 자유, 고통과 쾌락, 문화의 쇠퇴와 발전은 전부 먹는 일에서 출발합니다." (p.8)
먹방, 쿡방이 대세로 자리잡고, 맛집이 최고의 화제인 요즘. TV나 인터넷에 나온 음식에 열광하고 남이 가본 맛집에 가보고 평가하는 데 급급해 정작 자기만의 맛, 자기 자신만의 음식 취향 내지는 식당 취향을 기르는 데에는 소홀하지 않은지. 곧 떠날 일본 여행길엔 남들이 다 가본 맛집, 알려진 음식 말고, 나만의 맛집, 나만의 맛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