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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언젠가 마음산책에서 에세이 몇 권 혹은 몇 만원 이상을 구입하면 선물을 준다고 해서 산 책으로 기억한다. 염불보다 젯밥인 경우이긴 해도, 여러 책들 중에 굳이 이 책을 고른 걸 보면 이 책이 퍽 궁금했거나 어디서 좋다는 평을 들은 것이었을 게다.
저자 김소연은 시인이다. 시인이 쓴 산문집이라.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하며 책을 펼쳐보니 특이하게도 사전 형태다. (아마도 저자가 사랑하는 이로 짐작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입에서 나온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저자는 중요하다, 소중하다, 행복 ,기쁨, 소망, 희망, 평안하다, 편안하다, 슬프다, 서럽다, 불쌍하다, 외롭다, 쓸쓸하다 등등 사람이 살며 사랑하며 머리에 떠올리고 입에 올리고 귀에 담는 단어들을 부지런히 주워 자기만의 정의를 내렸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리해 이 책 <마음사전>을 만들었다. 산문집이지만 사전 형태이고, 사전이지만 사전 특유의 딱딱한 문장이 아닌 시처럼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 신선했다.
여행은 어땠느냐고...... 해질 녘이 되어도 한가롭게 날기나 하는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를 탕진했지. 그 재미는 눈물 나게 좋은 거더라. 하루는 이렇게 쓰는 게 옳다는 조용한 희열도 찾아오니까. 이렇게 일생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란 생각에 혼자 빙그레 웃곤 하니까.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하루 끝에서, 나는 번번이, 내일부터는 위험하자고, 더할나위 없이 위험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내가 여기 왜 와 있나 싶은 마음, 뻔히 다 아는 삶의 비의를 이 먼 곳까지 찾아와서 바라봐야 했을까 싶은 기분까지를 오간다. 이런 식의 농밀한 꿀꿀함의 총합은 그럭저럭 홀연한 깨달음과 끝과 끝에서 만나는 느낌마저 든다. 그 기분, 꽤 괜찮더라. (p.294)
산문집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가볍게 읽어도 좋지만, 마음 '사전'인 만큼 궁금한 단어, 관심 가는 단어를 찾아서 읽는 것도 괜찮다. 다음 달 모처럼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는 '여행'이란 단어를 찾아 보았다. 관광지에서 태어난 저자는 해마다 봄가을이 되면 관광객이며 수학여행 인파에 고향을 빼앗겼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 여행자의 입장이 되어보고서야 여행이라는 게 마냥 즐겁지도 재미있지도 않음을 깨달았다는 저자는, 그러나 여행이 주는 그 허탈함이며 비애감 또한 여행의 맛이고 매력이라고 이야기한다. 곧 떠날 여행길에서 나는 어떤 나만의 여행에 관한 정의를 가지고 돌아오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