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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사랑학
목수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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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사랑을 찾느라 애먼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도, 사랑 때문에 애달복달하는 일도, 사랑 탓을 하며 눈물 흘리는 일도 없지 않을까. 연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밀당을 하느라 속이 타들어가는 날도, 연애로 인해 폭발하는 감정을 다스리려 애쓰는 날도, 식어버린 마음을 돌려보려 하거나 헤어진 후 아파하는 날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의 저자 목수정의 책 <야성의 사랑학>은 가정에선 사랑에 대한 화제를 금기시되고, 학교에선 연애를 학교 규칙이며 조례로 금지하며, 사회에선 각종 취업과 승진, 재테크와 자기계발 경쟁에 밀려 사랑과 연애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인문사회학적으로 조망한다. 저자는 가부장제가 강제하는 성적 질서가 여성과 청소년들에게서 성적 자유를 박탈하고 그 대신 성을 상품화한 결과 성을 억제하고 욕망은 더럽고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를 낳았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 나타나는 크고작은 문제들 대부분이 '사랑마저 사치'인 시대적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학창 시절 똑같은 교복을 입고 연애며 성에 대한 관심을 박탈당한 채 성인이 된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 러브 스토리에 탐닉하거나, 연애 또는 성에 대한 욕망을 간접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열광하거나, 자신의 가치를 성형수술, 스펙 쌓기 등을 통해 점수화해 결혼정보회사에 팔아넘기는 식으로 사랑을 '구매'한다.
연애며 사랑, 성에 대한 화제가 금기시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고, 학창시절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봤으며, 성인이 된 후에 연애를 몇 번 하긴 했지만 죄다 씁쓸한 기억으로 끝난 나로서는 한줄 한줄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나이 먹도록 솔로인 이유를 전부 사회 탓으로 돌리긴 민망하지만, 성인이 되어 사회적인 구속이나 제약 없이 연애를 할 수 있게 된 지는 이제 겨우 십 년차. 사람으로 치면 열 살이 아닌가. 사랑을 가르쳐주는 학교가 없어도, 연애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없어도 누구나 즐겁게 사랑하고 마음 편히 연애하는 세상이 된다면 사랑이, 연애가 좀 더 쉬워질까. 오늘처럼 외로운 밤엔 그럴 것도 같다는 쪽의 손을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