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5
이한솔 그림, 이채 글.기획 / 리잼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성장이란 무엇일까, 아이에서 어른으로 외형적인 변화를 겪는 것? 부모와 학교,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따르는 사람이 되는 것? 나는 진정한 성장이란 오히려 외적인 변화보다 내적인 변화이며, 남들이 요구하는 가치가 아닌 자기 본연의 가치를 깨닫고 확고히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과 다른 나, 내가 되고 싶은 나, 참다운 나를 찾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기록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채집해서 그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이채의 첫 번째 프로젝트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치마 입기를 좋아하는 열 살배기 남학생 꽁치의 성장을 그린 동화책이다. 매일 아침 옷장에서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고, 학교에서는 남자 친구, 여자 친구 가리지 않고 공놀이, 공기 놀이를 하며 신나게 노는 꽁치에게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다. 꽁치가 '사과소녀 선발대회'에 나가기 위해 워킹 연습을 하고 장기자랑을 하는 모습을 본 엄마가 이제 그만 치마를 입지 말라고 하며 옷장에서 치마를 싹 치워버린 것이다.



치마를 입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부터 아무 옷도 입지 않고 등교마저 거부하는 꽁치의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 어른들로부터 들은 '하지 마라'는 말이 떠올랐다. 놀지 마라, TV 보지 마라, 가요 듣지 마라, 연예인 좋아하지 마라, 짧은 치마 입지 마라, 염색하지 마라... 그들의 말을 따라 놀지 않고,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다 참고 착한 딸, 착한 아이로 자란 나는 제대로 놀 줄도 모르고 좋아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 시절 내가 잃어버린 '치마'가 지금 어디 쳐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 되었다.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았지만 어른들의 욕심과 사회의 편견에 의해 동심에 상처를 입고 자아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이 사랑스러운 동화책을 부디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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