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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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 벼르고 별렀던 책장 정리를 했다. 정리라고 해봤자 책이 6층짜리 책장 하나 정도밖에 없고 평소에 수시로 책장 정리를 하는 편이라서 많은 양은 아니지만 중고서점에 한 박스 팔 만큼은 나왔다. 가볍게 살기, 단순하게 살기가 삶의 모토인데도 정리할 때마다 남는 것, 버릴 것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1만 시간의 법칙'을 창시한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레비틴의 신작 <정리하는 뇌>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진화했다'. 기술과 정보가 과잉된 오늘날에도 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신호를 확인하고,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고민하는 등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경우도 더러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한다. 한 번에 하나의 일만 처리하는 뇌 때문에 우리는 정리를 해야 한다. 무엇이 더 좋고 덜 좋은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범주화하고 선택하지 않으면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자기 전공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 특히나 창의력과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뇌 바깥의 주의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중에는 과감하게 저차원적인 기술을 활용해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 이 책을 쓰면서 크게 놀란 점이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펜과 메모지나 카드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직접 적어 메모를 하고, 이 방법이 요즘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만족스럽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p.115)


뇌가 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리는 필수다. 책에는 집 안을 비롯해 사회세계, 시간, 정보, 비즈니스 세계 등 주변 환경을 정리함으로써 뇌의 과부하를 막는 방법이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정리 기술로는 메모가 있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 중에 메모광이 많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자 <린 인>의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해야 할 일 목록을 챙기기 위해 늘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 글로 적는 행위는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고 몰아내며 궁극적으로는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시시콜콜 정리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작업기억과 주의력의 범주가 현실적으로 네 개가 한계이므로, 실생활에서 범주를 만들 때 많아야 네 개로 제한하라고 조언한다. 이를테면 책을 작가명, 출판사 또는 도서관에서 쓰는 도서 분류체계에 따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독서 취향에 맞게 문학/비문학/실용/만화 정도로만 구분하는 것이다. 나는 소설/인문사회/경제경영/소장용으로 항목을 정해놓고, 앞의 세 항목 중에 좋은 책은 소장용으로 넘기고, 별로인 책은 중고서점에 팔고, 새 책을 사들이는 식으로 책장을 관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시로 정리하니 책을 사고 또 사도 책장에 빈 곳이 생기고 또 사들일 여유가 생길 수 밖에. 나의 정리법이 틀리지 않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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