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산진의 요리왕국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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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는 웃으면서 시작하고 울면서 끝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일본 음식에 적응해도 무방하지 않을 것 같다. 일본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본 음식은 회, 초밥, 우동, 소바가 전부요, 웬만한 건 외국 음식을 자기 식대로 모방한 음식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일본 음식을 알면 알수록 식재료도 폭넓고 조리법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요리 철학의 역사가 깊어 제대로 알려면 수십 년은 '각잡고'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일본 요리의 전설 로산진의 요리 철학을 담은 산문집이 나왔다. 제목은 <로산진의 요리왕국>. 로산진(1883~1959)은 일본의 서예가이며 도예가, 요리인으로 서예, 회화, 전각, 도기 등 여러 방면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어지러운 시대를 풍미했다. 로산진은 일본 최초의 미식기아기도 하다. 요리만화의 바이블 <맛의 달인>에 나오는 최고의 미식가 '우미하라 유잔'의 모델이 로산진이라고.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일찍이 미식의 세계에 눈을 떠 요리의 길을 걸은 로산진의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먼저 '요리하는 마음'에 대해 논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미식에 눈뜨고 요리의 매력을 알아가는데도 그가 보기에 맛을 알면서 맛을 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먹고 마시며 살아간다. 그러나 진정으로 맛을 알고 마음의 즐거움으로 삼은 이는 많지 않다." (p.11) 맛을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만 비싼 재료만 맛있고 유명 맛집의 음식만 맛있는 줄 알면 곤란하다. 요리의 진수는 진심과 친절이다. 값싼 재료로 만든 음식일지언정 만든 이의 진심과 친절을 느낄 수 있으면 진정한 미식가이며, 고객의 기분과 상황에 맞는 요리를 내놓을 줄 아는 요리사가 진짜 요리사다. 고급 식재료와 맛집이 넘치는 요즘. 우린 맛있는 걸 먹으면서 정작 '진짜 맛'은 모르는 게 아닐까.



음식을 할 때는 재료를 함부로 버리거나 낭비하지 않으며, 음식을 담아 대접할 때에는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낼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요리를 할 때 음식쓰레기를 많이 만들지 않고, 음식을 대접할 그릇까지 직접 제작한 것으로 유명했다. 음식을 그저 맛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료가 된 생명체에 대한 경의를 잊지 않고 환경을 생각하며, 음식을 하나의 예술로 여기는 일본 특유의 음식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 도미에 대한 예찬도 재미있었다. 저자는 1912년 조선에서 도자기와 전각을 공부한 이래로 조선 음식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1928년에는 '조선은 새도 물고기도 도통 맛없는 곳이라 여겼'던 그가 순천, 마산, 부산 방면을 여행하며 맛있는 도미를 먹고 그 매력에 빠졌다. '나는 꼭 조선에 그 도미를 먹으러 다시 가고 싶다. 순천, 마산 주변의 도미는 실로 잊을 수 없으므로. ... 조선에서 이처럼 엄청나게 좋은 도미를 잡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참으로 바보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pp.133-4) 대체 어떤 맛이길래! 그가 맛본 도미와 같은 맛일지 아닐지는 몰라도, 올 여름 나도 우리나라 도미를 꼭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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