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박힌 못 하나 - 곽금주 교수와 함께 푸는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콤플렉스를 마음에 박힌 못 하나에 비유하다니. 책 제목이 참 시적이다. 일반적으로 열등감을 뜻하는 말로 사용하는 콤플렉스(complex)의 원래 뜻은 '복잡한, 복합체'로 열등하다는 의미는 없다. 인간의 마음은 수많은 콤플렉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콤플렉스가 성격을 규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콤플렉스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과도하게 의식하여 자기를 비하하거나 때로는 타인을 공격하고 괴롭히는 변명으로 사용한다. 키가 작든, 얼굴이 못났든,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든, 그것은 그저 나란 인간의 넓은 마음에 박힌 사소한 못 하나일 뿐인데 말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곽금주는 신화와 문학작품을 심리학의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방식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콤플렉스를 소개한다. 콤플렉스라고 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밖에 몰랐는데, 저자에 따르면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다이아나 콤플렉스', 불평과 불만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트롤 콤플렉스', 의미없는 노동을 반복하는 '시시포스 콤플렉스', 정상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권태를 느끼는 '파우스트 콤플렉스' 등 콤플렉스의 종류가 상당히 많다. 


놀랍게도 이 많은 콤플렉스 대부분을 가지고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집안에서 딸로 태어난 것을 비관해 스스로 부모님께 아들 노릇하려 애쓰고 남성적인 것을 선망하면서도 거부하는 모순적인 감정이 있는 것을 보면 '다이아나 콤플렉스'가 있고, 학생 때는 주어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가 한때 뒤늦은 오춘기를 겪은 걸 보면 '시시포스 콤플렉스'도 있었다. 혼자서 생각은 많이 하지만 공적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 건 꺼리는 걸 보면 대중에 묻어가려는 '폴로니어스 콤플렉스'도 있고, 대의에 헌신하겠다는 꿈을 버리고 하루하루 밥벌이하는 데 급급한 걸 보면 '요나 콤플렉스'도 있다. 이제보니 콤플렉스 덩어리였군!


살면서 이런저런 일 겪고 이런저런 사람 만나다 보면 수없이 못박히고 피흘리는 게 당연한 일. 못 하나 박힐 때마다 우는 소리 내고 끙끙 앓던 내가 새삼 알게된 콤플렉스에 기가 죽거나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웃음이 나는 걸 보면 이젠 내 마음의 살이 제법 굳은 모양이다. 심리학의 장점 중 하나는 내가 겪은 개별적인 일이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보편적인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콤플렉스가 있지만 콤플렉스 때문에 평생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콤플렉스를 역으로 이용해 잘 사는 사람도 있다(예를 들면 코미디언들이 그렇다). 내가 가진 콤플렉스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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