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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를 읽으며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기를 택한 어머니께 감사했다. 이제까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크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며 살 수 있었던 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어린 시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온종일 편안히 있게 해주신 어머니 덕분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이 책은 미국 최고의 트라우마 전문가이자 소아 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D. 페리 박사와 과학 저널리스트 마이아 샬라비츠가 공저했다. 저자들은 공감 능력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고, 이것이 사람의 행복과 가정의 평안은 물론 사회 안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아기 때의 경험이 공감 능력 발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는 '개로 길러진 아이'의 동생인 유지냐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러시아 고아원에서 태어나 생후 2년 동안 누구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지냐는 타인과의 공감 능력이 극도로 결여되어 있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스트레스 요인의 처리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 사람이 없으면 아기는 감각 발달이 지체되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아기 때 곁에 항상 엄마가 있고, 엄마와 반응을 주고받고 공감하는 시간이 많은 것은 더없이 큰 축복이며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부모만이 공감 능력 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사회적 뇌가 제대로 발달하려면 사회적 경험이 필요하다. 오늘날 TV, 컴퓨터, 스마트폰의 보급은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면대면으로 만나 공감하고 진심으로 유대감을 갖는 시간을 빼앗기 때문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악플이 횡행하고, 싸이코패스 범죄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타인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해소되어야 할 감정이 분출되지 못하니 남에게 무관심하거나 남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문화가 퍼지는 것이다.
매력적이지만 냉혈한 소시오패스 소년 라이언의 사례는 그래서 무섭다. 아기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 전혀 없는 '아동맹'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라이언은 어린 시절 애착을 형성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그 결과 이웃 소녀를 성폭행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소시오패스가 되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도 크고작은 사건을 여러 번 일으켰는데, 부모는 그의 문제를 진심으로 알려들지 않고 문제를 막는 데 급급했다. 타인은 물론 부모와의 소통, 감정 교류마저 차단된 소년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부모 또는 미디어 같은 외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마약 중독자인 부모 슬하에서 온갖 폭력과 위협에 시달렸지만 자기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난 트리니티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사랑을 받을 때 그 사랑을 아는 것은 자기 책임이다. 트리니티는 비록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주 가끔 부모가 사랑을 표할 때 그것을 발견해 소중히 간직했고, 자신을 도와주는 이웃 아주머니와 교사들의 도움을 감사히 여길 줄 알았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나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말자. 사랑받는 행복도 있지만 사랑주는 행복도 있는 법. 지금 나는 사랑받고 있는가를 넘어, 지금 내 곁에 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에게 나는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