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노동을 하지 않는 시간 중에 좋아서 하는 일을 취미라고 한다면 현대인이 가장 많이 즐기는 취미는 쇼핑이 아닐까. 나만 해도 쉬는 날이면 강남이나 명동, 코엑스 등에서 쇼핑을 하고, 주중에도 짬짬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낸다. <소비를 그만두다>의 저자 히라카와 가쓰미도 한때는 그랬다. 벤처기업 투자회사의 대표이사였던 그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모두 대형마트나 할인점, 슈퍼마켓에서 사들였고, 지출이 느는 만큼 일을 많이 하고, 일을 많이 하는 만큼 지출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졌다. 결국 그는 IT 버블 붕괴로 투자한 회사가 모두 사라지는 일을 겪으면서 자본주의에 회의를 느꼈고 현재는 자본주의 사회에 의문을 제시하는 지식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소비를 그만두다>는 그가 자본주의에 중심에 선 기업인에서 반자본주의 성향의 지식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과잉소비 문화를 형성한 세계정치, 경제, 사회적 원인과 그 한계를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잉 생산, 가격 경쟁, 매출 증대, 과잉 소비, 환경 파괴로 이어지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반기를 든다. 그에 따르면 '현대인의 과잉 소비는 과잉 스트레스에서 오는 공허감을 매우기 위한 대상행동'(p.226)이다. 자신의 욕망과 괴리된 일을 하느라 해소되지 않은 욕망은 스트레스가 되고, 소비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행위로 변질, 전락한 결과 오늘날의 과잉 소비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안으로서 적게 벌어 적게 쓰고 공동체와 환경에도 이바지하는 '소상인'의 삶을 권한다. 실제로 저자는 현재 동네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집 근처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동네 목욕탕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생활이기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전혀 없고, 소비로 욕망을 대체할 필요도 없다. 저자 자신이 소상인이고, 이따금의 소비 또한 소상인이 운영하는 찻집과 목욕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벌어 사업을 유지하는 수준에 만족하는 '정상(定常) 경제'를 예찬한다. 과잉 투자, 과잉 노동, 과잉 생산, 매출 증대로 이윤을 많이 남기는 데에만 주력하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시스템이 오늘날의 경제는 물론 소상공업자와 서민들의 생활을 좀먹고 있다는 진단에 퍽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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