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들려주는 조국 - 두 개의 조국을 가진 천재 연출가, 츠카 코우헤이의 삶과 사랑
츠카 코우헤이 지음, 김은정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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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카 코헤이를 알게 된 건 일본의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 쿠사나기 츠요시(우리나라에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가 1999년에 그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연극 '카마타 행진곡'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이다. 쿠사나기의 연기가 카마타 행진곡 전후로 크게 바뀌었다는 말이 있어 대단한 작품이겠거니 짐작만 했지 더 알아볼 생각은 안 했는데, 우연히 그가 쓴 에세이가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읽어보니 그의 작품을 다 찾아보고 싶어졌다. 에세이라기에 평범한 에세이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진실과 허구가 분간이 안 되는 것이 오히려 픽션에 가깝다. 극작가는 어떤 글을 쓰든 극본처럼 쓰는구나 싶어 감탄이 절로 났다.



이 책은 저자가 1985년에 태어난 딸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이다.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난 저자는 평생을 한일 양국의 경계인으로 살며 고민하고 고통받았다. 그는 스스로 국적이나 민족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이라고 자부했고, '김봉웅'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활동하거나 한국 문제에 관해 코멘트하길 꺼렸지만, 글을 보면 경계인으로 살다간 그의 삶이 얼마나 척박하고 삭막했는지 절절히 알 수 있다. 한국땅을 떠나 살아본 적 없는 내겐 불편하게 느껴지는 구절도 있었지만, 부모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핍박받는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켜야했던 그의 험난한 삶을 내가 이해한다 한들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일본에서 태어나 살고 일본인과 어울리며 일본인 아내와 결혼해 일본인 딸까지 둔 그에게 일본은 마냥 좋아할 수는 없지만 미워할 수도 없는 나라였을 터. 한국과 일본,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고 연극이라는 허구 속에서야 비로소 안식처를 찾을 수 있던 그의 처지가, 픽션인 듯 논픽션인 듯 구분이 가지 않는 이 책의 성격과 완벽히 일치해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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