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달리다 -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의 90년대 청춘송가
배순탁 지음 / 북라이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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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청춘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H.O.T, S.E.S, 젝스키스, 핑클, 신화 같은 아이돌 그룹 노래밖에 몰랐던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본 영국 그룹 퀸(Queen)의 '보헤미안 랩소디' 뮤직비디오가 나를 팝의 세계로 이끌었다. 중학교 때는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만난 전교에서 내로라 하는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을 통해 머라이어 캐리, 웨스트라이프, 에미넴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일본 음악만 들었다. 우타다 히카루, 하마사키 아유미 등 당대 최고의 우타히메부터 V6, 킨키키즈 같은 쟈니즈 아이돌 그룹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다. 성적이 잘 안 나와도, 친구와 다퉈도 음악만 있으면 위로가 되던 시절이었다.

 

 

나의 청춘은 2000년대 이후라서 비록 백 퍼센트 공감하지는 못했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의 음악 에세이 <청춘을 달리다>를 읽으면서 "청춘이 머문 자리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라는 문장에는 적극 동의한다. 신해철, 이적, 윤상, 이소라, 이승환, 자우림, 서태지, 윤종신, 유희열 등 90년대에 데뷔, 활동한 아티스트 15팀과 너바나 1집과 제프 버클리 1집, 드림 시어터 2집, 라디오 헤드 3집 등 90년대 명반을 히든 트랙이라는 타이틀로 소개한 이 책을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른바 '응답하라' 세대가 읽으면 얼마나 좋아할지 눈에 선하다. '90년대 청춘송가'라는 부제답게 90년대 음악 애호가의 필수품이었던 테이프의 A, B면을 본딴 구성도 재치있다.  

 

 

음악작가 겸 음악평론가인 저자답게 뮤지션과 앨범, 곡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고 심도 있지만, 더 좋았던 건 그런 전문적인 설명보다도 저자의 인생을 회고하는 대목이었다. 부잣집 아들, 특목고 우등생으로 순탄한 삶을 살던 저자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자 오로지 음악만을 의지하며 청춘을 견뎌낸 이야기, 평론은커녕 음악에 대한 정보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에 닥치는 대로 음반을 구해 들으며 단순한 음악 팬에서 마니아, 전문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그 중에서도 90년대 음악을 사랑한다면, 90년대 음악과 함께 청춘을 달렸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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