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속도 -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
리칭즈 글.사진,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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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여름. 여동생과 단둘이 생애 첫 일본 여행을 떠났다. 둘 다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며 드라마, 영화, 소설 등을 지독하게 파고든 마니아(오타쿠?)인지라 여행에 임하는 마음이 남달랐다. 그 마음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여행 일정을 짠 탓일까. 6박 7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도쿄의 유명한 여행지란 여행지는 다 돌아보고, 중간에 가마쿠라, 에노시마까지 다녀오느라 여행 후 몸살을 앓았다. 몸이 '여행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대만 출신 건축학자 리창즈의 <여행의 속도>는 250~350km/h를 자랑하는 고속열차부터 두 다리로 걸으며 천천히 사유하는 도보 여행까지 저자가 직접 체험한 다양한 속도의 여행을 담은 산문집이다. 하드한 스케줄로 고생했던 생애 첫 일본 여행에서 그나마 편하고 좋았던 기억 중 하나가 에노덴을 탄 건데, 마침 저자도 에노덴을 타고 떠난 여행을 책에 소개했다. 에노덴은 에노시마와 가마쿠라를 잇는 전차로, 창밖으로 쇼난 해안과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이 된 가마쿠라 고등학교, 일본의 고도 가마쿠라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에노덴을 타고 저자가 찾은 곳은 가마쿠라에 있는 스타벅스. 이곳의 스타벅스는 도심의 일반적인 스타벅스와 달리 작은 풀장과 벚꽃 등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렸다고 한다. 내가 가마쿠라에 갔을 때는 이런 곳이 없었는데 그새 생겼나보다. 다시 가보고 싶다.

 

 

아직 못 가본 곳을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도 이 책에서 많이 얻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의 고도 교토를 여행할 때는 에이잔 전철을 타보리라. 에이잔 전철은 교토에 얼마 남지 않은 노면전차 중 하나로, 교토 도심은 물론 히에이산으로도 연결되고, 가을과 초겨울 사이에는 단풍 구경을 위한 야간열차도 운행한다고 하니 꼭 타보고 싶다. 도쿄 스미다 강 위에 떠있는 야카타부네도 타보고 싶다. 에도시대의 전통 뱃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야카타부네는 예전에 타 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놓쳤다. 뭘 타든, 어떤 속도로든 좋으니 올 겨울,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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