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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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목소리를 아는 건 독자로서 좋은 일일까, 좋지 않은 일일까? 

나의 경우, 그 작가가 김중혁이라면 좋은 일이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첫 방송부터 거의 빼놓지 않고 들어서일까. 이제 나는 김중혁의 글을 읽을 때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김중혁의 신간 <메이드 인 공장>을 읽을 때도 그랬다. 제지 공장부터 콘돔 공장, 브래지어 공장, (간장 공장 공장장으로 더 유명한) 간장 공장을 거쳐 라면 공장까지 그가 직접 발로 뛰며 쓴 열다섯 곳의 공장 취재기를 읽는 내내 머릿속은 그의 목소리가 자동 재생되었다. 저자와 함께 견학을 했더라도 이보다 더 생생하게 그의 목소리를 느끼지는('느낀다'고 하니 어감이 이상하다) 못했을 터. 그런데 그게 전혀 거슬리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그의 글만큼이나 목소리도 좋아하나 보다 ㅎㅎ

 

 

열다섯 곳의 공장 중 인상적이었던 곳 베스트3을 골라보았다. 

첫번째는 지구본 공장. '심심하면 수도를 옮기는 나라들'을 포함해 소비에트 연방 해체, 미얀마 독립 등 굵직한 국제정치적 사건들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곳 중 하나였을 줄이야. 정치외교학 전공자로서 새로운 발견이었다. 두번째는 대장간. 처음엔 공장 하면 기계가 잔뜩 있고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살풍경한 모습만을 떠올려 대장간이 무슨 공장이야 싶었는데, 농경 시대에는 여기야말로 가장 공업에 가까운 장소이며 공장스러웠을 터. 그래도 현대의 공장과 비교하면 대장간은 만드는 사람의 재량이 인정되는, 장인들이 일하는 공간이므로 공장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반대로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말을 하는 인간들을 양성하는 학교와 직업학교(요즘은 둘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만), 서비스 교육센터 등이 더 공장에 가까운 것 같다.

 

 

마지막 세번째는 '팬심 가득 담아' 김중혁 글 공장.

글 공장도 공장이라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다운 통찰엔 무릎을 치고, 그의 공장에 있는 소설 공장과 수필 공장, 그림 공장 중에 핵심은 소설 공장인데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곳은 수필 공장이라는 대목에선 웃음이 나왔다. 만약 내가 하는 일을 공장에 비유한다면 어떨까? 나의 공장은 대체 지금 뭘 생산하고 어떻게 운영되며 얼마나 이윤을 올리고 있을까? 세상이란 공장의 부품이 되기보다는 나만의 공장을 운영하는 공장장이 되고 싶지만, 아직 마음에 드는 답이 나오지 않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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