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랭 드 보통이라는, 저자의 명성에 기대어 산 이 책은 몇 번이나 읽기를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끝까지 읽었다. 그의 책이 대개 그렇지만, 이 책은 철학, 심리학, 문학, 사회학, 정치학 등 여러 학문을 포괄하는 설명이 많아 읽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작정 읽기보다는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각각 다섯 가지씩 제시하는 구성상의 특징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한결 나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불안의 원인은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이렇게 다섯 가지다. 대부분이 돈이나 명예, 학벌, 사회적 지위같은 한정된 자원을 타인만큼 가지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열등감이다. 그렇다면 이런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불안을 극복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에서 답을 찾는다. 철학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아닌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아느냐 하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게 도와준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무작위 집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p.157)



나아가 예술과 정치, 기독교는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전체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광활한 우주와 영겁의 시간 앞에서는 재벌도 거지도, 박사도 무학자도 먼지같은 존재라는 것을 안다면 열등감도 덜할 것이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의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 실제로 또는 예술작품을 통하여 - 것일 수도 있다." (p.297) 보헤미아는 종래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실제로 역사 속의 위인이나 혁명가, 개혁자들은 다수의 가치를 거부하고 소수의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았고, 이렇게 자신의 신념대로 사는 이들은 정치적, 경제적으로는 불안했을지언정 심리적으로는 불안하지 않았다. 



허나 이들 또한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저자는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p.247) 라며 불안을 완전하게 해소하는 방법은 없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여러가지 불안 중에 내가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불안을 선택하고 가장 약발(?) 좋은 해법을 찾는 것이 지혜롭다면 지혜로운 자세일 터. 일단 해법은 찾았다. 그것은 바로 예술! 나는 아무리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도 방에서 혼자 뒹굴며 책을 읽으면 치유가 된다. 불안이야 평생 가지고 갈 짐이고, 완전한 해법은 몰라도 적어도 나만의 해법은 가지고 있으니 이 정도면 나름 덜 불안한 인생이 아닐까? 이걸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최고의 수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