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인류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담으로 세상 읽기 지식여행자 14
요네하라 마리 지음, 한승동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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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네하라 마리는 생전에 20년에 걸쳐 하루 평균 7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말이 7권이지, 단순 계산으로 20년 동안 51,100권의 책을 읽은 셈. 그녀의 박학다식함은 엄청난 독서량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담 인류학>은 그녀의 박학다식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 제 병 못 고친다', '이왕 기댈 바엔 큰 나무 밑이 안전하다',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 등 일본의 속담을 한국, 중국, 미국 및 유럽 등지의 유사한 속담과 한데 엮어 소개한다. 물론 비슷한 속담을 그저 엮기만 하지는 않았다. 요네하라 마리 특유의 유머와 야한 이야기를 함께 소개해 웃음을 자아낸다. 여기에 당시 세계를 들썩였던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일본의 자위대 파병 등 시사 이슈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본의 세간이라는 건 암묵의 규칙이 실로 엄격한데, 그것은 어느 정도 외국 생활을 해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가 많다. 요네하라 씨도 나리타에서 비행기를 타는 순간 몸이 가뿐해진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팍팍하게 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요네하라 씨는 틀림없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p.293)



추천사를 쓴 일본의 뇌 과학자 요로 다케시의 말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요네하라 마리는 체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귀국한 후에도 한동안 일본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도쿄외대 러시아어학과에 진학해 동시통역가로 활동하며 보통의 일본인보다 외국 문화에 더 많이 노출되는 생활을 했다. 덕분에 그녀는 여러 나라의 문화와 언어 차이에 훨씬 더 민감할 수 있었고,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의 시선에서 일본을 비판하는 일도 서슴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자국 문화에 소속감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작가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한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비록 이 책을 끝으로 국내에 출간된 그녀의 책은 모두 읽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좋아하는 작가, 존경하는 작가를 묻는 질문에는 그녀의 이름을 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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