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나는 뒤늦게 일본 애니메이션 <빙과>를 보고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세계에 빠져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추상오단장>은 데뷔작 <빙과>가 나온 지 9년이 지난 2010년 작품이지만, 인물 설정이나 줄거리 상의 디테일에 비슷한 점이 엿보여서 좋았다. ​무기력한 성격의 주인공 요시미츠는 <빙과>의 '에너지 절약주의자' 호타로를 떠올리게 했고, 과거에 벌어진 어떤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해결해 달라며 찾아온 묘령의 여인 카나코의 모습은 치탄다 에루와 겹쳐 보였다. 무엇보다도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오래된 문서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이른바 '비블리오 미스터리'라는 점이 똑같고, 두 소설의 가장 큰 재미이자 매력이다.



배경은 호황이 끝나고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일본의 90년대 초. 주인공 요시미츠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대학을 휴학하고 큰아버지의 고서점에서 일을 도우며 더부살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서점에 카나코라는 여인이 찾아와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다섯 편의 소설을 찾아주면 한 편 당 10만 엔이라는 거금을 사례금으로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안 그래도 돈이 궁했던 요시미츠는 큰아버지 몰래 카나코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틈틈이 소설을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요시미츠는 카나코의 아버지가 수십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제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고, 그 속사정을 결말이 없는 리들 스토리(riddle story) 형식으로나마 세상에 밝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의 제목인 <추상오단장>은 카나코의 아버지가 쓴 추상적인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를 뜻한다. 소설은 요시미츠의 이야기와 카나코의 아버지가 쓴 소설 다섯 편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의 결말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거니와 이 리들 스토리의 결말 자체가 미제 사건을 푸는 힌트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여전히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빙과>를 비롯한 고전부 시리즈이지만, <추상오단장>은 하이틴 로맨스 없이 오로지 비블리오 미스터리만의 매력으로 승부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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