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의 깊게 보면 직업마다 끝에 붙는 글자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은 '사', 농부, 어부, 광부 등은 '부'로 끝나며, 기자, 편집자처럼 '자', 마케터,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영어 '-er'로 끝나는 직업도 있다. 그렇다면 작가, 화가, 만화가, 건축가, 무용가 같은 직업에는 왜 '가'자가 붙는 것일까? 이들은 주로 창작에 관여하며, '일가(一家)'를 이루다'라는 말도 있듯이 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립해 명성을 쌓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만의 영역,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직업이라. 아무리 발버둥쳐도 회사'원(員)', 직장'인(人)'일 뿐인 처지에서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뉴욕의 문학잡지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 인터뷰 중에서 국내 문예창작학과 대학생들이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36인 중 12인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12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데다가 애정하는 작가 김연수가 추천사를 썼다고 해서 읽어 보았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경외감 같은 것마저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책에 소개된 12인 모두의 인터뷰가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필립 로스 등 평소 관심 있던 작가들의 인터뷰가 특히 좋았다.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서 말해야 한다지만, 이렇게라도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업 방식과 세계관에 대해 힌트를 준다는 것이 독자에게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들이 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 아둔한 머리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글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고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 특히 문학적인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해를 거듭할 수록 절실하게 느낀다. 글감이 주어져 있는 글 정도는 쓴다고 해도 나 홀로 온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서 쓰는 글, 오로지 문장으로서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응하고 공명해야 하는 글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들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한편 아프다. 아무리 써도 저들의 발 끝에도 미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마음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작가란 무엇인가. 여전히 내게는 닿기 어려운 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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