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제너레이션 - 스마트 세대와 창조 지능
하워드 가드너 & 케이티 데이비스 지음, 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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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의 포커스 그룹 참가자들은 오늘날 앱 세대가 디지털 시대 이전 젊은이들보다 더 외부 지향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의 젊은이들은 대개 대학 입학 사정관이나 미래 고용주의 마음에 들도록 자신을 포장하는 일에 집중한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수량화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다시 말해 대학 수학능력 시험 성적이나 학교 성적 평점, 바서티 레터, 트로피, 지역 사회 봉사 활동 증명서, 이런저런 수상 경력이 자기 자신을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한 종교계 지도자는 많은 젊은이들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내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가'와 같은 뜻으로 여긴다고 말했는데, 이는 포커스 그룹의 다른 참가자들이 느끼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p.99)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 하워드 가드너와 케이티 데이비스가 공저한 <앱 제너레이션>에는 스마트 기기의 출현과 함께 나타난 '앱 세대'를 소개한다. 앱 세대란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 휴대 전화, 인터넷, 스마트폰을 끼고 살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기존의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가 생애의 기억할 수 있는 시기부터 전자 기기를 활용한 것과 달리 앱 세대는 날 때부터 전자 기기를 애용해 이것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메일 계정을 언제 처음 만들었고,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언제 시작했는지 똑똑히 기억하는 나는 엄밀히 말해 디지털 네이티브지 앱 세대는 아니다. 이런 내가 앱 세대와는 어떻게 다를까? 새로 출현한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봐야 할 듯 싶었다. 

 

 

저자는 앱 세대의 특징을 정체성과 인간관계, 창의성과 상상력 차원에서 분석했다. 이들의 정체성은 한 마디로 말해 남들에게 호감을 주는 이미지로서 포장이 된 정체성이다. 멋진 외모, 세련된 옷,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직업과 여가 생활, 인간관계가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그럴 수록 못난 외모, 낡은 옷, 감추고 싶은 단점이나 실패 경험은 이들의 내면을 파괴하게 되는데, 그 악영향이 어떤지는 쉽게 상상할 수도, 목격할 수도 있다. 저자는 '현실적인 자격증주의자'라고 말했지만 한국인에게는 스펙이라는 말로 더 익숙한, 스펙 쌓기 열풍이 대표적인 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2005년만 해도 학점 경쟁이나 토익 공부, 취업 준비 같은 건 빠르면 3학년, 보통은 4학년 때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지금 대학생들은 다르다. 입학할 때부터, 아니 입학 전부터 오로지 취업을 목표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한다. 이는 장기화된 실업난으로 인해 구직 활동이 젊은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된 탓도 있지만, 학교나 전공, 학점, 자격증, 대외 활동 같은 것들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일종의 과시 도구로 변질된 탓도 있다.

 


이밖에도 저자는 인간 관계와 창의성, 상상력 표현에 있어서 앱 세대가 이전 세대만 못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될 수 있고 엄청난 양의 정보를 삽시간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와 창의성, 상상력 모두 전보다 개선되거나 발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구 결과는 달랐다. 인간관계는 피상적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창의성과 상상력은 획일화된 기준과 타인의 시선을 더욱 의식하게 되어 제한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명은 인류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는 축복이지만, 그 실제를 들여다보면 불행, 아니 천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걱정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정 사실이 되어버린 스마트 시대. 스마트 기기에 밀리기 쉬운 인간만의 진짜 '스마트'를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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