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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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의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잠복해 있던 인문학에 대한 열망은 쉽게 꺼지지 않았고, 대학생활 내내 인문학에 경도되어 소설을 쓰고 연극을 하는 괴상한 의대생이 되었다. 그러다 만난 게 경제학이라는 학문이었고 그것은 필자에세 신세계였다. 추론과 상상력, 통찰력 가득한 학문이되 고등수학과 통계학 등 이공계적 요소가 어울린 소위 융합학문이었던 탓이다. 거기에 매료된 필자는 청년기의 상당기간을 경제학에 할애했고, 그 결과 의사로서 경제를 이야기하는 특이한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필자는 경제학 전공자에 비해 학문적 깊이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차이'가 아닌 '다름'을 만들게 된 셈이다. 차이로 치면 깊이나 실력에서 필자는 전공자에 비하면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니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전공자들의 이력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나만의 다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결과는 필자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예상한 것도 아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 다양한 경험과 다른 시각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일어나면서 필자 같은 장삼이사도 어느 순간 조그만 쓰임새가 만들어진 것이다. (pp.172-3)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은 의사인 동시에 경제 전문가이기도 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미술과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등을 성인이 된 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따로 강의를 듣거나 학위를 받은 게 아니라 의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전문 서적을 독파하거나 '클래식 음반 100장 듣기' 같은 목표를 세워 달성하는 식으로 독학을 했다고 하니 놀랍다. 한 우물만 파기에도 바쁜 세상에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공부,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무조건 남에게 배우거나 돈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에도 철퇴를 날리는 분이 아닐 수 없다.

 

 

박경철이 쓴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은 자기계발 할 때 '자기'라는 글자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다르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공부하며 자기계발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나오지만, 인문, 사회과학적인 내용도 많고, 시의성 있는 대목도 자주 엿보인다. 이를테면 요즘의 인문학 열풍에 대해서는, 유행이니까, 남들 다 읽으니까 인문 고전을 읽는 게 아니라 사회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편으로 읽으라는 식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도 강조한다. 자기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마주하고 대면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데, 한 우물에 갇혀 있어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일부러 모르는 분야, 낯선 분야일수록 더 호기심을 가지고 달려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공부일수록 파고들었다. 그 결과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고 하니, 책 제목대로 자기 혁명의 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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