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별한 재수강 - 자네, 참삶을 살고 있나?
곽수일.신영욱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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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성공했다고 떠올리는 모습들의 상당수가 우리 삶의 본질적인 부분의 긍정적인 변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인 경우가 많지 않아요? 소유하고 있는 수많은 물건들, 그것들이 상징하는 부유한 이미지, 바쁜 삶, 그런 삶을 보여주는 수많은 상징들. 그런 것들이 실제로는 허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런 허상들에 눈이 가려져 있으면 삶의 실상이 잘 보이지 않게 되고, 그래서는 진정한 성공을 할 수가 없어요. 진정한 성공이 뭔지 스스로조차 헛갈리지 않겠어요? (p.81)



요즘 학교에는 지식을 파는 선생은 많지만 진정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은 많지 않다고 한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수많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마음에 남는 선생님, 내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선생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런 점에서 <어느 특별한 재수강>에 나오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스승 곽수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스물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40년 6개월 동안 한국의 수많은 경영인을 양성한 대학자이다. 제자 신영욱 (주)파라다이스 전략기획실 전무이사는 대학 시절 점수가 짜기로 유명한 곽수일 교수의 생산관리 수업에서 A학점을 받은 몇 안 되는 학생 중 한사람이다. 이 책은 그런 제자가 30년 만에 스승을 다시 만나 기업 관리에 필요한 경영이 아닌 '인생 경영'에 대한 지혜를 배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년 만에 만난 제자는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부터 리더십과 성공의 정의, 인간 관계, 사랑과 결혼, 부부 생활과 자식 교육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그런 제자에게, 30년 전만 해도 깐깐하고 엄하기로 유명했던 스승은 누구보다 자애롭고 편안한 태도로 먼저 삶을 산[先生] 사람으로서 배우고 느낀 바를 가감 없이 가르쳐주었다. 놀랍게도 스승의 가르침 대부분은 경영학에서 일반적으로 강조하는 이윤 추구, 목표 달성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직업적으로 성공하라거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한 부와 명예를 가지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인생의 허상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추구하는 참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고, 너무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가족과 친구, 사회와의 관계도 두루두루 원만히 하라고, 균형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이는 과거 성과 위주, 목적 위주의 삶을 요구 받았던 기성세대들에게 귀한 깨달음이 될 것이며, 진정한 스승을 만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도 소중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서울대 출신에 40여 년을 교수로 활동하며 누가 봐도 성공적인 인생을 산 스승 곽수일 교수에게도 방황과 갈등의 시간은 있었다. 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는 대신 은행에 들어갔다가 얼마 못 가 그만두고 미국 유학을 떠났다.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으로 어렵게 학위를 받은 후에는 미국에서 풍족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귀국을 택했고, 젊은 나이에 서울대 교수가 되어 40여 년을 학교에 헌신했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그는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첫째,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선택인가. 둘째, 내 삶의 기준에 부합되는 선택인가. 셋째, 내가 살아온 삶이나 삶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택인가. 경영학 교수라서 이윤과 비용을 따질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선택의 기준은 '자기 주관'이었다. 너는 누구냐,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냐. 경영도, 인생 경영도 중심은 사람, 나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책은 사제 간의 대화를 바탕으로 인생의 교훈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오래전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과 작년에 출간된 <하워드의 선물>과 비슷하고, 경영학 교수가 인생 경영의 지혜를 전달한다는 점에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가 쓴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와 유사하지만, 우리나라 정서에 맞고 현재 상황에 필요한 교훈을 다루었다는 점은 다르고 더 좋다. <아주 특별한 재수강>. 이런 강의라면 누구나 기꺼이 재수강 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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