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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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소설 <빙과> 시리즈 1~3을 연달아 읽었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그 중 두번째 편. 앞서 시리즈 첫번째 편인 소설 <빙과>의 후기에도 썼듯이 이 소설은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빙과>의 원작소설이다. 우연히 애니메이션을 보고 흥미를 느껴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소설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만들 경우 나는 보통 소설의 편을 드는데 이 소설의 경우에는 애니메이션이 워낙 좋아서 소설에 대한 만족도는 그보다 덜하다(소설의 완성도나 수준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과 비교했을 때......). 하지만 극중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고,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를 생각하면 역시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얼른 4,5권이 국내에 출시되었으면 좋겠다. 조만간 원서로 읽겠지만......)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의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지탄다의 삼촌이 연루된 <빙과> 사건을 해결한 후 고전부원 네 명은 축제 때 선보일 문집 제작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지탄다의 소개로 가미야마 고등학교의 '여제' 이리스 후유미가 속한 2학년 F반 학생들이 만든 미스터리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게 된다. 아마추어 학생들이 만든 탓인지 영화의 질은 형편없었다. 게다가 미스터리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릭 해결 부분이 없는 미완성작! 알고보니 영화의 대본을 만든 학생이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트릭 해결 부분을 완성할 수 없었고, 이리스 후유미는 고전부원 네 사람이 영화의 완성을 돕도록 부탁을 한 것이었다. '에너지 절약주의자' 오레키 호타로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지탄다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트릭 해결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이리스 후유미라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줄거리 자체도 흥미롭지만 재능은 있으나 의욕이 없는 호타로와 의욕은 있지만 재능이 없는 자칭 '데이터베이스' 사토시의 대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는 단순히 두 인물 간의 대립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재능을 가진 자'와 '후천적으로 노력하는 자'의 갈등이라는 시리즈 전체의 구도와도 상관이 있다. 2학년 F반의 아마추어 학생들이 만든 질 떨어지는 영화,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트릭 해결 부분에 대한 미진한 답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오레키 호타로가 등장해 영화 전체의 질을 높이는 완결 부분을 만들고 트릭까지 해결해버리는데, 문제는 그가 이런 것을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지탄다 에루와 이리스 후유미라는 두 인물의 부탁 내지는 조종, 명령에 의해 했다는 것이다.


 

재능은 있지만 그것을 활용할 의욕이 없는 자, 의욕은 있으나 재능이 없어 고민하는 자의 내적, 외적 갈등이라는 설정은 저자 본인의 갈등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역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서 크게 공감이 되었다. 때로는 호타로, 때로는 사토시의 입장에서...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고 표면적으로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물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 작품이 더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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