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박원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호기심이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인내와 결합되어야 한다. 호기심이라도 한번 궁금증을 품었다가 끝나서는 창의나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메모다.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각종 궁금증과 물음을 그때그때 기록해야 한다. 이를 축적하고 정리해야 한다. 자료를 덧붙여야 한다. 그래야 지식이 되고 창조가 된다. (p.103)
 

저술의 십계명

1. 자신의 인생에서 꼭 하나 집중할 주제를 정하라.
2. 그 주제에 관한 모든 자료와 정보를 모아라.
3. 오가며 해당 주제의 사진을 찍어라. 사진이 최고의 글이다.
4. 자다가도 그 주제에 관한 이야기가 꿈에 나오면 일어나서 메모하고 정리하라.
5. 조금씩 글을 쓰고 고치고 또 써 나가라.
6. 한번에 다 못 쓴다. 글 한 편씩 나누어 써보라.
7. 잡지나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라. 어쩔 수 없이 글을 꼭 써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라.
8.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심사를 적극 이야기하고 자신의 글을 보여줌으로써 피드백을 받아라.
9. 퇴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일단 써놓은 다음에는 끝없이 읽고 고쳐라.
10. 한 권의 책을 낸 당신은 이미 저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pp.105-6)


나는 그들과 좀 '다른 인생'을 산다. 그 인생은 빨리 성공하고 출세한 사람들보다 내게는 만족스럽고 의미 있다. 내가 이런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남들보다 오래, 빙 둘러서 온 길' 덕분이었다. 뒤처진 것이 도리어 '다행'이었다. 두 번의 재수 경험도 약이 되었다. 그때 너무 혹독한 경험을 한 탓에 그 이후로는 웬만한 고난이 닥쳐도 견딜 만했다. 감옥에서 보낸 한철 역시 세상의 가장자리를 목격하고 경험하게 했다. 이후 내가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등의 활동을 하도록 만든 밑바탕이 되었다. 이런 경험이 나를 느긋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p.273)



대학 시절, 모 대학교에서 박원순 시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시장에 취임하기 전이었으나 그 때도 물론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게다가 우리나라에서 2,3위로 꼽히는 명문대임에도 불구하고) 강연을 찾은 사람의 수는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서운해하거나 불쾌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열정적으로 강연을 했다. 그 때 들었던 말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언제나 시대정신을 의식하며 살아라.' 겉으로 보이는 대세가 아니라 그 시대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가치를 의식하면서 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공비결이요, 스펙이라는 뜻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은 있으나 그 기억대로 살지 못함이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2011년에 나온 박원순의 책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을 읽었다. 이 책은 일단 구성이 특이하다. 정의로움, 소명, 가장자리, 명분, 용기 등 모두 스물다섯 가지의 가치가 표제어로 제시되어 있고 그 밑에 저자의 설명과 관련된 책, 직업, 인물이 차례로 소개되어 있어 제목에 '사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 무색하지 않다. 내용도 어느 한 장르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듬성듬성이나마 나와 있으니 에세이로도 볼 수 있고, NGO 등 사회운동에 대한 설명도 적지 않으니 사회 분야의 책으로도 볼 수 있고, 자기계발의 모범이 될 만한 이야기도 실려있으니 자기계발서로도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분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구성과 내용 모두 독특한 책이라니, 시대정신을 따르되 대세를 거스르는 삶을 살아온 박원순의 책답다.


무엇보다도 나는 저자의 인생을 바꾼 몇 가지 습관과 인생 철학에 대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1992년 영국 유학 시절에 우연히 우체통에 꽂힌 모금 운동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이 일어 그 때부터 자그마치 10년에 걸쳐 모금과 기부 운동에 관한 스크랩을 했다. 그 결과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모금과 기부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고, 결국 2002년에 한국에서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했다. 아주 작은 것에도 흥미를 느끼는 호기심과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력, 그리고 이를 10년이나 지속하는 꾸준함과 열정, 노력이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무엇을 가장 오랫동안, 끈기있게 해오고 있을까. 그것이 나를 전문가로 만들어줄까? 궁금해진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나를 바꿀지.


독서 요령에 대한 조언도 좋았다. 첫째는 분야나 순서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기, 둘째는 손에 잡은 책은 한 번에 끝내기(이걸 못해서 읽다 만 책이 늘 한가득이다), 셋째는 중요하고 의미 깉은 구절은 독서노트에 적기, 넷째는 혼자서 읽지 말고 함께 읽기, 다섯째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젊은이의 경우라면, 우선 '깊이 읽기'보다 '넓게 읽기'. 여섯째는 베스트셀러 읽기('아무 이유 없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팔린다. 책의 내용이 좋거나, 프로모션을 잘하거나, 시류에 맞거나 한번 읽어보고 분석해볼 만하다.')이다. 저자는 책을 단순히 시간 때우기나 흥미 위주가 아닌,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읽어온 것 같다. 나 역시 삶을 바꾸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고 있다. 목적에 맞게 독서를 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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