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차이나
고희영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나의 화두는 중국이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배웠고, 대학교 때는 중국 현대정치에 대해 배웠지만, 학교에서 하라고 하니 의무로 했을 뿐 내가 좋아서 배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에 확실히 '꽂혔다'. 계기는 일 때문이지만, 요즘은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중화권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고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중국 관련 기사를 찾아보는 게 하루 중 가장 큰 즐거움일 정도다. 그런데 내가 아는 중국인들이 헉 소리가 날 만큼 고학력에 부유해서 중국인들 대부분이 이제는 먹고 살만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중국 전문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및 영화감독 고희영이 쓴 <다큐멘터리 차이나>에서 보니 내가 아는 부유한 중국인은 전체 인구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서북 지역이나 지방에는 아직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빈부차를 확인하는 것은 단지 벌이뿐만이 아니라 의, 식, 주, 결혼, 진학, 직업 선택 등 다방면에서 가능한 일.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생생한 사진과 실제 사례를 통해서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먼저 한 사람만 성공하면 돼! 형이 출세하면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질 수 있어!" (p.17)

오직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어머니와 동생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을 아프게 채찍질하고,
웃자라는 욕망을 자르며 살아오면서, 그는 아내의 꿈까지 잘라냈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았다. (p.28)

 

"우리는 고기를 먹지 못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고기를 소화할 수 없는 내장을 가지고 태어났어요."
어디선가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작업반장의 신호였다.
농민공들은 미처 다 먹지 못한 만토우를 입이 찢어져라 쑤셔 넣으며 흩어졌다. (p.78)

 



 
"이제 곧 마흔인데 누가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하겠어. 특히 난 중국남자는 질색이야. 모두들 꿍꿍이속이 있다니까."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베이징 호구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바로 이거! 이것 때문에 나를 이용하려고 하는 남자들뿐이야."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부터 그녀가 자주 한국남자가 좋다고 얘기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109)

 

 


지방과 도시의 빈부 격차, 농민공 문제, 현대판 신분제도인 호구 문제,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 등에 대해 전부터 듣고 배워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몰랐다. 특히 돈을 벌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농민공의 수가 2013년 2억 6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이나, 호구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히는 베이징 호구 때문에 각종 차별과 암거래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베이징 출신 사람들이 다시 보였다). 딩즈후는 또 어떤가. 딩즈후는 국가이익, 공공이익을 앞세워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 정부에 항거해 철거를 거부하는 주택을 이르는 말인데, 먼 나라 일 같지만 사실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용산 참사를 비롯해 빈번히 일어났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문화대혁명, 천안문사태도 마찬가지다. 두 사건 모두 중국인들에게 있어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과거이며 현재까지도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오다. 그런데 이게 어디 중국만의 일인가.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는 독재 정권이 있었으며, 여전히 많은 한국인들이 이들의 반성과 사과를 원하고 있지만 이뤄질 날은 요원해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현재를 다큐멘터리로 담았지만, 내 눈에는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보이는 듯 했다. 극심한 빈부 격차는 얼마 안 있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크고 작은 정치적 소요를 낳을 것이며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겪을 우리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