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4월,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고라는 참사를 겪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많은 국민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한동안 일상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삼풍 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사고 같은 인재(人災)가 다시 반복되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어렸고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고가 수습되고 온 나라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나 도 괜찮아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텔레비전 화면 너머로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고, 유치원 캠프와 어두운 지하철 안에서 죄없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 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던 것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 상담가 안 안설렝 슈창베르제와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가 쓴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는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부터 실연, 해고, 부도, 퇴직, 병, 사고 등 다양한 모습의 이별과 상실을 수없이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슬픔의 무게를 안고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넘어간 감정은 나중에 상당한 트라우마가 되며, 개인의 심리 상태뿐 아니라 대인관계, 세상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에 간접적으로 경험한 대형 사고들을 서른이 가까운 지금 되새김질하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애도할 것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넘어갈 경우 사람은 이중의 타격을 입는다.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몸이다. "정신적 고통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때, 다시 말해서 몸이 말을 하고 때로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소리칠 때, 몸이 충격이나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애정 어린 격려를 받지 못할 때, 우리가 '말'로 내뱉지 못한 것은 '병'이라는 형태로 표현된다."(p.31)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몸에 생채기를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아픈 신체 부위에 직접 말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네(몸)가 어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 괜찮아 질 것이다" 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것이다. 딱히 아픈 곳이 없어도 평소에 명상을 하거나 긍정적인 말, 힘이 나는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몸의 병도 위험하지만 마음의 병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책에는 8년 동안 아홉 번의 유산을 겪고 괴로워했던 클레르라는 여인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유산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임신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과 남편의 무관심이 그녀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의 병은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까? 저자는 적극적으로 대면하라고 권한다. 클레르는 유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대학에 들어가 유산을 한 경험이 있는 여자들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그녀는 임상 심리학 박사 학위와 함께 불가능하리라 믿었던 임신과 출산이라는 기적을 만났다. 애도 작업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어낸 것이 그녀의 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임신과 출산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제까지 애도라는 것은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게나 필요하고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애도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상실과 이별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으며 무조건 도망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면함으로써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유가족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완전히 잊어서도, 잊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이들을 애도함은 물론 국민들 스스로가 현재 느끼고 있는 슬픔과 분노에도 언젠가는 애도를 해야할 때가 올 것이다. 그것이 언제쯤일지 지금으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부디 이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국민들 스스로가 충분히 애도하고 적극적으로 치유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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