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저널리스트, 행복을 찾아 떠나다

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행복의 지도>는 <뉴욕타임스> 등에서 활동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가 쓴 에세이다.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라는 부제를 보고 여행 에세이인줄 알고 샀는데, 읽어보니 여행 에세이인 건 맞지만 웬만한 인문서 못지 않은 지식에 소설 버금 가는 재미까지 더해진, 여러가지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딱 한 권의 책으로 빌 브라이슨을 날려버렸다!"는 평이 과장은 아니다.

어느 날 저널리스트로서 매일 불행한 소식만 전하는 것에 넌더리가 난 저자는 행복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네덜란드, 스위스, 부탄, 카타르, 아이슬란드, 몰도바, 태국, 영국, 인도, 미국 이렇게 총 10개국. 이 중에는 공식적으로 행복지수가 높다고 판명된 나라도 있고 반대로 최하위권인 나라도 있고, 저자 생각에 국민들이 행복할 것 같아서 찾은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찾은 나라도 있다. 공통점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에도 나름의 고충과 갈등이 있고, 최하위권이 나라에도 나름의 즐거움과 낭만이 있었다는 것. 부탄 같은 경우 경제수준은 낮지만 국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무척 높았고, 카타르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통해 저자가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 돈보다는 역사와 언어 같은 문화 유산이 많은 나라, 사람들간의 신뢰와 유대 관계가 깊은 나라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더 행복하게 살았다. 또 다른 교훈은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 같다는 것.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에 관한 걱정을 그만두고 자신의 불행에서 뽑아낼 수 있는 보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편이 더 낫다"는 말도 있듯이 불행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눈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만약 그의 여행지 중 한 곳이 우리나라였다면 그는 어떻게 평가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