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먼 북소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체재한 내용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하루키 에세이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책은 국내에서만 35쇄 이상이 출간되었으며, 손미나를 비롯해 많은 유명인들이 내 인생을 바꾼 책으로 거론할 만큼 인기가 높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이 책이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에 비해 잘 읽히지 않았다. 그야 재미도 있고 좋은 문장도 많지만, 하루키가 머리말에 대로 '어떤 의미에서는 잃어버린 듯한', '일종의 뷰유감 혹은 유동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하루키 에세이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루키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노르웨이의 숲>이 나오기 전과 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대부분이 현지 사람들의 모습이나 문화, 풍습 등을 묘사하는 내용이지만, 천안문 사태라든가 일본 거품경제 등 당시 국제적으로 중요하게 대두되었던 이슈들을 거론하는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책 말미에서는 당시 절정에 달해 있던 일본의 거품경제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는데, 일본을 떠나 있던 3년 동안 비행기 좌석이나 자동차 같은 물질로만 자신의 존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보면서 작가인 하루키가 얼마나 황당하고 허탈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당시 일본에서 버블의 형성과 절정, 붕괴와 몰락을 모두 목격한, 이를테면 미야베 미유키 같은 작가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버블에 대한 글을 썼는데, 만약 그 때 하루키가 일본에 있었다면 작품 세계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아니면 그 때 마침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만의 작품 세계를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하루키의 '잃어버린 3년'이 정말 잃어버린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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