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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가기 싫은 날
김희진 지음 / 마호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일 년, 아니 단 한 달, 일주일이라도 회사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된 것처럼 무기력하고 답답해지는 그 기분을. 나도 그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고, 어른이라면, 사회인이라면 이렇게 답답하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체념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스티브 잡스의 연설을 인터넷에서 보고 생각을 바꿨다. 그가 말하기를,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게 기다려지는 일을 하라고 했다. 당장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 인생, 먼 미래로 행복을 미루며 살지 말라는 것. 그로부터 얼마 후 그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한 번뿐인 삶이라고 말은 잘 하지만 정말 그렇게 절실하게, 애절하게 살아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생전의 스티브 잡스처럼 아침마다 눈을 뜨는 게 기다려지는 일을 하리라.
그 결심이 무색하게도, 지금의 나는 백 퍼센트 그 때의 결심대로 살고 있지는 못하다. 하루 일과의 몇 퍼센트를 할애하는 데 만족하고 있고,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기도 잘 한다. 그래도 프리랜서, 창업에 대한 책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읽으며 준비랍시고 하고는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17명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제목은 <회사 가기 싫은 날>. 일러스트레이터, 모자 디자이너, 가방 디자이너, 헌책방 주인, 카페 주인, 플로리스트, 자전거 공방 주인, 목수, 파운더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프리랜서, CEO들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턱대고 덤빌 일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지금의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 남들이 의견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대로 하라든가, 내가 잘 알고 자신있는 것만 하라는 조언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과 달라서 살짝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회사에서는, 그리고 사회에서는 남들의 의견에 맞추라고, 지금 잘 몰라도 대충 아는 척 하고 넘기라고 배우지 않는가. 그런데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우직하게 했더니 오히려 더 잘 되었다고 한다. 뭔가 이제까지 바보처럼 산 것같은 기분이다.
그동안 읽은 창업이나 프리랜서 생활에 관한 책과 겹치는 내용도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무작정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말고 취미나 부업으로 먼저 해보라는 것. 자기계발서에서 읽을 때는 그러려니 싶었는데, 이 책에는 피아노 학원을 경영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문지선 씨같은 실제 사례가 나와서 좋았다. 웬만한 자기계발서보다도 더 힘이 되고 자극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