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스티그와 나
에바 가브리엘손.마리프랑수아즈 콜롱바니 지음, 황가한 옮김 / 뿔(웅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작가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나는 두번 고민하지 않고 <밀레니엄>을 쓴 스웨덴 출신 저널리스트 스티그 라르손을 살릴 것이다. 작년에 소설을 읽고 영화까지 모두 섭렵한 바로 그 작품 <밀레니엄>. 미카엘과 리즈베트가 목숨을 위협하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도 스릴 넘쳤지만, 작가인 스티그 라르손이 4부를 집필하는 도중에 심장마비로 급사하는 바람에 총 10부로 예정된 작품의 절반도 보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안타까워 미치겠다. 그런데 미완성인 4부라도 볼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해서 인터넷에 검색했다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연인이자 동거인인 에바 가브리엘손이 4부의 원고를 가지고 있었는데, 스티그의 아버지와 형제가 그 원고를 포함해 스티그의 재산까지 모두 빼았다시피 해 가져갔으며, 되돌려받고 싶으면 아버지와 결혼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마침 국내에 에바 가브리엘손이 직접 쓴 에세이가 번역, 출간되어 있길래 얼른 사서 읽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밀레니엄>을 사랑하는 애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스티그 라르손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 죽기 직전까지의 삶을 최측근이었던 연인 에바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데다가, 스티그가 <밀레니엄>을 쓰게 된 동기와 집필 과정 등도 자세히 나와 있다. <밀레니엄>이 스티그와 에바, 두 사람의 삶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스티그의 평소 가치관과 사회고발 메시지는 물론, 소설 속 장소와 인명, 주인공들의 습관같은 소소한 설정까지도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저자는 스티그가 비참한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처, 심리 치료같은 목적으로 <밀레니엄>을 썼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현실에선 이룰 수 없었던 꿈, 그리고 에바와의 사랑을 소설로서 구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저자는 스티그 라르손이 죽고 <밀레니엄>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티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밀레니엄>이 흥행의 도구로, 오락거리로 전락한 것을 개탄하기도 했다. 이른바 '밀레니엄 산업'이 뜨는 바람에 평생을 언론인이자 페미니스트, 투사로 살았던 스티그의 정치적인 신념은 빛을 보지 못하고 단물은 모두 스티그의 법적 권리를 승계한 아버지와 형제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야기는 참 위대하면서도 위험한 힘을 지닌 것 같다. 한 무명 언론인을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위대하지만,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은 위험하다. 그것도 모르고 <밀레니엄>을 소설로, 영화로 그저 즐기기만 했던 내가 부끄럽다.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어 4부가 출간되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일까. 이 책의 저자 에바 역시 그것을 원한다니 이것까지는 욕심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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