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 이야기
찰스 램.메리 램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나선숙 옮김 / 자유로운상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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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셰익스피어보다도 찰스 램의 문장이 궁금해서 샀다. 찰스 램은 몇 년 전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읽으면서 알게 된 영국 작가인데(주인공이 찰스 램의 팬이다), 국내에는 소개된 책이 많지 않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 책을 구입했다. 사놓고도 한동안 읽지 않다가 요 며칠 큰맘 먹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읽기에 도전하면서 '참고서 삼아' 이 책을 펼쳐들었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원문은 희곡이라서 형식이 낯설고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이 책은 소설 형식의 산문인 데다가 저자 찰스 램이 서문에서 밝힌 대로 '젊은 독자들에게 셰익스피어를 쉽게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문장이 쉽다. 게다가 원문의 좋은 문장들은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원문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면 감동이 배가 된다. 꼭 같이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에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포함한 총 20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나는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중심으로 읽었는데, 4대 비극은 '비극'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으니 느낌이 달랐다. 4대 비극의 주인공 모두 뛰어난 능력과 고매한 인품을 지닌 인물들이지만, 햄릿은 복수에 대한 욕망, 리어왕은 선한 딸 코딜리아에 대한 오해, 맥베스는 왕위에 대한 야심, 오셀로는 정숙한 아내 데스데모나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물론 목숨까지 잃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처럼 보였던 영웅이 인간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인간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옛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환희? 아니면 안도? 비극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네 명의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선하게 살려거든 철저히 선하게 살고, 악하게 살려거든 철저히 악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면 너무 현실적일까?



한편 4대 비극, 특히 <햄릿>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가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희극 중에 <십이야>같은 작품을 보면 주인공 비올라의 뛰어난 지혜와 재치가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게만은 볼 수 없는 것 같다. 그야 희극 중에도 <말괄량이 길들이기>같은 작품이 있지만, 비극 중에 <리어왕>의 코딜리아, <오셀로>의 데스데모나처럼 어리석은 아버지, 남편보다 나은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작품마다 다르거나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았나 싶다. 셰익스피어의 문학 세계가 워낙 넓고 깊어서, 한 권으로는 읽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한 번 읽어서는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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