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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994년에 나온 이 소설을 <1Q84>보다 늦게 읽은 것은 득일까 독일까. 나는 득이라고 생각한다. 친절하기 그지 없는 <1Q84>를 읽고 나서 읽었기에 망정이지, <태엽감는 새>를 먼저 읽었다면 이 때만 해도 거칠고 덜 다듬어진 듯한 느낌의 '하루키 월드'를 즐겁게 받아들였을지 의문이다. 줄거리부터 간략하게 설명해 보자면, 법률사무소를 그만둔 서른의 오카다 도루는 잡지사에 다니는 아내 구미코와 자녀 없이 단둘이 살고 있다. 그는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외삼촌의 집을 싸게 빌려 살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키우던 고양이가 사라지고 태엽감는 소리를 내며 우는 새가 사라지는 등 이상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아내 구미코가 집을 나가고, 오카다는 흔적 없이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줄거리만 보면 미스터리 소설 같은데 실제로 읽어보면 '하루키 월드' 그 자체다. <1Q84>와는 어찌나 비슷한지. 쌍둥이까지는 아니고, <태엽감는 새>가 언니라면 <1Q84>가 여동생이랄까. 먼저 <태엽감는 새>의 오카다 도루와 구미코 부부는 <1Q84>의 덴고와 아오마메 커플을 닮았다. 오카다는 실직자이고 덴고는 학원 수학 강사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적인 성격이고 변화를 주도하기 보다는 다가오는 변화를 맞이할 뿐이라는 점이 같다. 그리고 오카다에게는 가사하라 메이, 덴고에게는 후카에리라는 미소녀가 곁에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우시카와와 만난다는 점도 같다. 구미코는 아오마메만큼의 비중을 가지는 인물은 아니지만(<1Q84>의 '슈퍼 히로인' 아오마메는 정말 멋지다!), 아오마메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무력으로 복수함으로써 극복한다는 점이 같다. 게다가 운명 공동체인 두 사람이 어느 날부터 서로 다른 세계에서 떨어져 살게 되고, 남자는 여자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 두 개의 평행한 세계가 등장하며 정치 권력과 종교적 권위를 모두 지닌 단체로부터 방해와 협박을 받는다는 점까지. 어떤가.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