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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출간 연월일(2012년 6월 13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오래 전에 나온 책이었을 줄이야. 그말인 즉슨 내가 김중혁 작가를 안 지가 어언 2년 가까이 되어간다는 뜻이고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들은 지는 2년을 넘었다는 뜻인데, 이토록 오랫동안 어떤 작가를, 어떤 방송을 좋아한 적이 많지 않아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아무튼 뒤늦게 <1F/B1 일층, 지하 일층>을 읽으니 빨책에서 김중혁 작가님이 무려 '작가 김중혁'과 '흑임자 김중혁'으로 '자아분열'을 하셨던(ㅋㅋㅋ) 게 기억이 나서 들었는데 반가웠다. 책을 읽기 전이었던 그 때는 무슨 얘긴지도 모르고 들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그동안 작가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나니)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쏙쏙 박혔다. 이래서 빨책을 들을 때는 책을 읽기 전에 한 번 듣고 읽고 나서 한 번 더 들어야 하는 것 같다.
데뷔작 <펭귄 뉴스>에서도 그랬고 <악기들의 도서관>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김중혁 작가님의 소설집은 책마다 각각의 컨셉이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1F/B1 일층, 지하 일층>도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현대인들 중 다수가 살았고, 살고 있고, 살게 될 공간인 '도시'에서 일어났음직 하거나,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법한 일들을 담고 있다. 일곱 편의 작품 모두 특색 있고 신선했지만, 나는 <바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흔히 겪거나 목격하는 러브 스토리처럼 보였던 이 이야기는 점점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고 결국엔 전지구적 재앙을 예상케하는 기상천외한 엔딩으로 끝이 났다.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는 또 어떤가. 사람마다 남은 생애를 알 수 있는 미래라니. 이런 디스토피아를 상상은 해도 글로 표현하는 작가는 적어도 현재 한국엔 많지 않다. 김중혁 작가의 소설집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들의 도서관>에 비해 명랑하고 따뜻한 색채가 옅어진 점은 아쉽지만,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김중혁 월드'가 점점 뚜렷하게 형태를 드러내고 있는 점은 좋았다.
스스로를 '야구로 치면 8번 타자'라고 지칭하는 작가답게 김중혁 작가는 한국 문단의 주류에 완전히 편승하는 글을 쓰지는 않지만 한국 문학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임에는 틀림없다(잘 모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도 한동안은 이런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게 참 고맙다.